▲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어린 시절 노란 병아리를 키운 경험이 있다. 삐약삐약 울음소리가 나면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마음을 졸이며 병아리 옆을 떠나지 않았다. 애써 노력한 흔적도 없이 언제나 나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았다. 병아리는 체온이 낮아지면 면역력이 쉽게 떨어지므로 주변 환경을 따뜻하게 하고, 온몸이 물에 젖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는 법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 병아리는 닭이 될 수 있었을까.

병아리를 위한 옹기가 있다. ‘병아리 옹기물병’은 병아리의 생명을 보호하고, 물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도록 고안된 그릇이다. 병아리에게 물을 공급할 때는, 작거나 가벼운 기물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물을 먹다가 발을 잘못 디뎌 온몸에 물을 묻히기라도 하면 저체온증에 걸려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병아리 옹기물병은 수시로 물을 마시는 병아리를 배려해 공기압의 원리를 적용했다.

이 옹기는 옆으로 기울여 물을 채워 세워두면, 내부에 있던 공기의 팽창력과 중력의 힘이 일치하게 되어, 그 지점에서는 물을 고이게 만든다. 물병에 물을 가득 채우면, 내부는 공기가 통하지 않는 진공상태가 된다.

▲ 병아리 옹기물병

병아리가 물을 마시면 물의 양은 줄어들고, 그만큼의 공기가 들어가면서 일정량의 물은 다시 흘러나오게 된다. 즉, 공기압의 원리를 반영해 병아리들이 안전하게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재질의 보온성이 뛰어나고, 외부가 덮여있어 유해물을 차단해 준다. 여름철 물을 자주 갈아야 하는 수고로움은 물론 병아리가 뛰어다녀도 쏟아질 염려가 없었다. 장기간 시원하고 깨끗한 물의 보급은 건강뿐 아니라 전염병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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