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하지왕과 우사, 모추는 손발에 차꼬가 채워진 채로 옥방을 나왔다. 명림원지와 수수보리가 큰절을 하자 죄수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고 셋을 향해 큰 절을 했다. 하지왕이 죄수들의 눈에 어둠에 물기가 젖은 간절한 빛을 볼수 있었다.

하지왕은 죄수들에게 재회를 다짐한 하직인사를 했다.

“모두들, 고맙소.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죽는 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는 것이라고. 잠시 헤어지지만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도록 합시다.”

어두운 뇌옥 밖을 나오니 하늘은 눈이 부셔서 볼 수 없을 정도로 말갛게 개었다. 형리와 망나니와 도수들은 하지왕과 우사, 모추를 겹겹 에워싸 사형장으로 끌고 갔다. 큰 구경거리가 나자 성안 사람들은 일시에 무리가 돼 밀치락달치락하며 사형수들을 따라붙었다.

절두터 사형장에 도착하자 사물국 한기 소아주가 높은 대에 배를 내밀며 앉아 있었다.

형리장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대역죄인들은 사물국 소아주 대한기님 앞에 무릎을 꿇으시오!”

도수들이 셋의 무릎을 꿇리자 소아주는 망나니에게 집행명령을 내렸다.

소아주가 하지왕과 우사, 모추의 죄상을 말했다.

“하지왕은 어린 나이에 대가야국에 반역하고 가야연맹체의 질서를 어지럽혀 현상금이 걸린 대역죄인이다. 더욱이 수졸 우사와 모추와 함께 가야제국을 떠돌며 살인과 강도를 일삼고 급기야는 우리 사물성에 침입해 우리의 군사마저 수없이 해쳤다. 나 사물국의 한기 소아주는 지금 대역죄인 하지와 우사, 모추를 참수해 가야의 국률이 엄정하게 살아 있음을 보이고 수급을 베어 장대에 걸어 말린 뒤 대가야국 어라성으로 보낼 것이다!”

그리고 소아주는 옆에 앉은 신하 이품 축지에게 말했다.

“왜 군신지 무가 장군은 보이지 않는가?”

축지가 말했다.

“곧 당도하실 겁니다. 요즘 수상한 자들이 들락거린다며 성문검색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기 보십시오. 정예 직할부대 군사로 겹겹이 둘러싸 이 절두터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습니다.”

“하긴 무가는 일당천의 나의 가장 믿음직한 장수요. 그럼, 무가가 올 때까지 망나니 춤이나 구경할까.”

술꾼인 소아주는 각배로 해장술을 한 잔 들이켜며 느긋하게 말했다.

무가는 하지왕이 뇌옥에 수감되자 옥중의 노역수 고두쇠를 살짝 빼내어 정보를 들었다. 고두쇠는 명림원지를 감시하기 위해 뇌옥에 박아둔 무가의 세작이었다.

하지왕이 뇌옥에 수감 되는 날 둘은 성안 관가 밀실에서 만났다.

“고두쇠, 뇌옥에서 고생이 많구나. 이번 일이 끝나면 내가 관직을 주고 상을 내려주마.”

“고맙습니다, 나으리.”

“새로운 옥중 소식은 없나?”

“드디어 명림원지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장군님에게는 미인계를 쓰기로 했답니다.”

 

우리말 어원연구

보다. 【S】budha(부드하), 【E】know, perceive. 어원은 붓다(buddha, 覺者, 깨달은 자)와 같다.

본보 소설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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