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비 내리는 밤에 사물성 영장인 무가장군은 고두쇠를 불러 미인계 첩보를 얻은 후 명림원지와 하지왕을 계속 염탐하여 보고하라고 지시를 내리고 옥중으로 되돌려보냈다.

다음날 아침 소아주의 장조카인 소아성으로부터 전갈이 왔다.

‘장군님, 오늘 제 생일입니다. 저녁에 상춘재에 들러 식사를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상춘재는 술과 요리가 나오는 사물성 밖의 주점이었다.

무가는 생각했다.

‘소아성, 많이 컸구나. 내가 이 놈을 지금까지 살려준 것은 내 막내 누이 때문인데 감히 반역을 일으키고 미인계를 써 날 제거하려고 해?’

무씨 집안은 사물 가야의 명문가로 대대로 한기 소아씨와 외척 관계를 맺어 막대한 권력을 휘둘러왔다. 무가의 큰 누나는 소아주와 혼인했고, 막내 누이는 전 한기 소아장의 아들 소아성과 혼인시켜 사물성을 장악하고 있었다. 5년 전 말단 관리인 명림원지가 지모를 부려 소아주와 손을 잡고 정변을 일으켜 폭군인 소아장을 제거함으로써 소아성은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에 이르렀다. 무가는 새 한기 소아주를 움직여 막내누이와 혼인한 장조카 소아성은 살려두되 정변의 일등공신인 명림원지를 숙정해 뇌옥에 가둬버린 것이다.

무가는 소아성의 생일 초대에 응했다.

‘소아성을 중심으로 반역이 무르익고 있지만 하지왕을 처형하는 날 소아성과 명림원지를 한꺼번에 찍어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었다. 권력을 쥔 소아주가 형 소아장보다 더 여색을 밝히고 난폭한 패도정치를 해 사물국의 앞날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무가는 도롱이를 입고 빗속을 뚫고 상춘재로 갔다.

주모가 도롱이를 벗겨주며 무가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방에는 고급 요리가 차려져 있고 여자가 사뿐히 일어나 절을 올리며 말했다.

“논새라고 하옵니다. 장군님을 모시게 되어 광영입니다.”

무가는 설핏 보았는데도 저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미인이었다.

‘고두쇠가 말한 미인계가 이 여자 논새를 두고 말한 것이렷다.’

소아성이 말했다.

“처형, 그동안 격조해서 술이나 한 잔하고 싶어 생일을 빙자해 초대했습니다.”

“그동안 나도 술이 고팠네. 이런 미인이 따라주는 술인데 마다 하겠는가.”

술을 좋아하는 무가는 아리따운 논새가 굽다리술잔에 따라주는 두강주를 단숨에 비웠다.

소아성이 자작하며 말했다.

“자고로 두강주 한 잔에 백호가 취하고, 두 잔에는 이무기도 취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처형이 두주불사라지만 천천히 드시죠.”

두강주는 서해를 건너 들어온 중국술로 영웅호걸들이 즐겨마셨고, 삼국지의 조조가 애음해 두강주를 칭송한 시가 남아 있을 정도다. 천하의 술고래인 유영도 세 잔을 마시고 삼 년을 취해 있었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도수 또한 매우 높은 술이었다.

 

우리말 어원연구

醉(취)하다. 【S】ciyuhida(시유히다), 【E】drunk. 강상원 박사에 따르면 중국 한자도 고대 한국어인 실담어(산스크리트의 원형)에서 나왔다고 한다. 예컨대 ‘물’은 실담어로 ‘무르水(수)’이다.

(본보 소설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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