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주위를 둘러보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가 꽤 많은 듯 보이나, 끝까지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는 실제로 많지 않다. 전업 작가로 살아가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부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고민하고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김학제 작가는 특이점 없이 고만고만한 경험치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현대미술의 흐름에서 장르를 제한하지 않고 그것들이 서로 조화되어 일으키는 상승효과에 매료되어 작품에서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형적인 어법을 찾고자 노력해왔고, 이러한 노력은 입체에서 회화, 부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증명되어왔다.

그의 작업의 모티브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에서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시간과 인간이라는 모티브로 이어졌다. 작가의 경험이 작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이라는 거대한 자연을 경험하고 난 작가는 자연과 인간을 함께 생각하게 되었고, 그의 작업에서 자연은, 지배하고 이용하는 서양의 자연관보다는 인간과 일체되어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동양의 자연관에 가깝다. 이러한 자연관을 미학적으로 표현해 내는데, 이것은 인간과 자연을 넘어 우주공간으로도 확장된다.

작품 ‘미래가족(스테인레스 스틸, 100×80×285cm, 2018)’은 과학의 발달과 함께 도래하게 될 미래의 새로운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미래에는 인간과 더불어 로봇이 생활 곳곳에 공존해 나아갈 것이며, 애완견이 지금 인간의 가족이 된 것처럼, 인간의 가족이 될 로봇의 형상을 3층 구조의 반추상 형식으로 표현했다.

로봇은 인간 욕망의 상징물로서 다가올 미래의 패러다임에 대해 성찰해보는 데에 주된 의미를 둔 소재이다. 그는 인공지능이 도래하는 이 시대의 고민과 함께 인간을 해석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작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오는 4월28일부터 5월7일까지 ‘아트프로젝트울산 2018’을 통해 울산 중구 문화의 거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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