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재난으로부터의 안전은
누구나 차별없이 누려야할 명제
한국 안전기술, 국제원조 확대를

▲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

2017년 12월20일 발생 이후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 태풍 덴빈(Tembin)은 최대풍속 86㎞/h, 중심기압 990hPa인 중형의 강한 태풍으로 발달해 12월22일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 상륙했다. 2011년 12월에 비슷한 경로로 상륙해 주택 5만2435동을 파손시키고 총 1268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던 태풍 와시(Washi) 때와 달리 주민들의 조기대피로 이번에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성과의 일등공신은 대한민국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이 지역에 구축한 돌발홍수 예·경보시스템이었다.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2013년~2015년 약 13억원 규모의 무상원조사업을 통해 필리핀 민다나오섬 카가얀데오로시에 돌발홍수 예·경보시스템 및 자동우량경보시설을 구축했다. 사망자 0명의 성과이후 필리핀 기상청장 빈센테 말라노는 정부공식 감사서한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의 시스템 덕분에 카가얀데오로 강변의 주민 수백명을 홍수로부터 구할 수 있었으며, 필리핀 기상청의 홍수예측 역량도 향상됐다”라고 전했다.

전후시대 전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이라는 눈부신 경제성장과 아울러 세계 10대 경제국으로 발돋움한 경험은 인류사회의 빈곤퇴치와 개발사업에 있어 중요한 사례로 종종 언급되고 있다. 특히 2009년 개발원조위원회(DAC)에 24번째 국가로 가입하면서 국제사회 또한 우리나라의 역할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ODA사업을 왜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사회 전반에서 제기되곤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조 제공국가로의 경험이 많지 않으며, 이로 인해 ODA사업 수행절차, 관리는 물론 ODA사업 그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물음에 대한 대답은 그 필요성과 효용성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있지만 국제개발협력기본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추구’의 명제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아프리카에서 기아로 고생하는 어린이들을 볼 때 그들이 불쌍해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 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며, 그들 또한 인류의 보편적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때 재난위험저감분야 또한 ODA사업의 중요한 분야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재난으로부터의 안전은 어느 누구도 차별없이 누려야할 명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많은 자연재난을 겪으면서 획득한 다양한 경험과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안전한국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2013년부터 ‘재난안전 신기술 해외보급(ODA)’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필리핀 이후 2016년부터는 베트남, 라오스로 대상국을 확대해 재난위험저감을 위한 예·경보시스템을 지원해주고 있다. 향후 연구원은 동남아시아지역 이외 중앙아시아, 중남미등으로 ODA사업을 확대해 많은 개발도상국들에게 국내 재난안전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그간 우리나라는 체계적 ODA추진을 위한 거시적 기본 틀은 구축했으나 구체적 사업수행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은 당장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실질적으로 현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세밀하고, 구체적인 동시에 현지 여건을 충분히 반영한 사업수행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들이 선행되어질 때 원조 대상국의 발전과 더불어 경쟁력있는 우리기업의 ODA사업 참여가 담보되어지며, 이와 동시에 우수 청년인력의 진출, 은퇴한 전문인력의 경험활용 등 양 국간 ‘win-win형 사업수행’이 가능할 것이다.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