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1981년 제정됐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4월에 장애인의 날을 둔 것은 재활의지를 부각시킨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재활의지를 북돋우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사회적·경제적으로 소외당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함께 조금 서투르더라도 기다려주는, 더불어 사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19일 발표한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은 작년 기준 267만명이다. 인구 1만명 중에 539명이 장애인이다. 전 인구 대비 장애출현율은 5.4%다. 특히 고려해야 할 것은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가 장애인에게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장애인 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져 작년에는 46.6%에 이르렀다. 장애인 가구 중 1인가구 비율은 26.4%이다. 우리사회가 점점 장애인에게 더 가혹한 환경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십수년전 장애인들이 ‘장애인의 날’ 정부 행사를 거부한 적이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날이기 보다는 그날 하루 시혜와 동정 베푸는 것으로 그친다는 것이 이유였다. 우리 사회는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장애인에게 평등한 대우를 못하고 있다. 법적으로 규정돼 있는 거리 표지물 조차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지난해 말 본보 보도에 따르면 무거동의 한 도로의 보도블록은 장애인들이 걸어가도 된다는 의미의 선형 보도블록과 방향을 바꾸라는 의미의 점형 보도블럭이 반대로 설치돼 있었다. 도로 위에서 멈춰야 할 곳과 서야할 곳이 바뀌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사가 나간 뒤 곧바로 개선되긴 했지만 이같은 우리 사회를 익히 체험한 시각장애인들은 아예 혼자서는 바깥나들이를 꿈도 못꾸는 것이다.

실태조사에서는 79.9%의 장애인들이 사회경제적 생활에서 차별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가 점점 복지사회로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직전 조사인 2014년(72.6%) 보다 더 많이 차별을 느끼고 있다. 장애인이 국가와 사회에 바라는 사항은 소득보장(41.0%), 의료보장(27.6%), 고용보장(9.2%) 순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도 이날 ‘장애인 고용촉진 직업재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높여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많은 대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을 돈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전쟁 후 급성장한 사회적 여건 탓인지 우리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된 지금도 여전히 서두른다. 조금 서투르더라도 기다려주는 문화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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