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지지율 정치성숙 계기 삼아야
한국당은 통렬한 반성속 새출발하고
민주당은 지지율 걸맞은 역량강화를

▲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길거리에서 인사하는 예비후보들의 복장이 거의 파랗다. 여러 행사장에서 무작위로 나눠주는 명함도 파랑이 대부분이다. 두해전만 해도 울산이 이렇게 파란색으로 물드는 날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파란색이 보수 정당의 색깔이었던 시절엔 울산 전역이 파란 물결이었으니, 혹여 색깔 탓인가 싶기도 하다.)

7대 지방선거를 50일 앞둔 시점, 더불어민주당은 공천신청자가 차고 넘친다. 이번 선거에서 울산에서 뽑아야 할 공직자는 정당공천을 받지 않는 교육감을 제외하면 79명이다. 민주당의 공천신청자는 90명에 이른다. 5명을 뽑는 구청장·군수 공천신청자만 해도 23명이다. 지난 6대 선거에서는 남구와 울주군에서는 후보조차 못낸 정당(새정치민주연합)이 아니던가. 반면 자유한국당의 공천신청자는 83명에 그친다. 일부 경쟁이 치열한 곳도 있지만 후보 내기도 힘겨운 지역이 있을 정도다. 기초단체장 공천신청자도 10명에 불과하다. 현역이 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낮은 정당지지율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울산의 제2당이라 불렸던 주황색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민주당의 기세에 밀리기는 민중당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울산은 광역시가 된 이후 한나라당을 시작으로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에 이르기까지 20년동안 보수가 장기집권해 왔다. 정권교체가 있었으나 울산정치판에서는 그다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유입인구와 근로자가 많은 도시라는 특색이 있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 국회의원·기초단체장 한두자리 내준 적은 있지만 정당지지도 만큼은 1위를 지켰다. 그런데 달라졌다. 지난 대선을 계기로 큰 격차로 2위로 밀려난 보수세력의 지지율은 여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뭘까. 순전히 국정지지율 68%라는 ‘대통령의 인기’ 때문일까.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취임 1년차 4분기 직무수행 긍정률은 노태우 대통령 41%(1988년 12월), 김영삼 대통령 59%(1993년 12월), 김대중 대통령 63%(1998년 12월), 노무현 대통령 22%(2003년 12월), 이명박 대통령 32%(2008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54%(2013년 12월)였다. 지난 울산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국정지지도가 그대로 반영된 것도 아니다. 또다른 이유가 있음이다.

먼저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특정 정당을 편들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지난 20여년간 울산지역 권력을 독점하다시피한 자유한국당의 통렬한 반성이 우선돼야 울산정치의 미래가 보이겠기에 하는 말이다. 손자는 병법의 하나로 ‘군주의 도덕적 지도력’을 꼽으며 “힘이 아닌 솔선수범으로 부하를 이끌고, 백성들이 군주가 내세우는 명분의 정당성을 납득해야만 한다”고 했다. 높은 지지율에 들떠 있는 민주당도 역량강화가 절실하다. 공천신청자의 숫자만 많아졌을 뿐 인물난은 여전하다. 성장정체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뛰어난 리더십이 보이지 않기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마틴루터 킹은 “세상에 무지한 자의 진심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고 했다.

흔히들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한다. 특히 6·13 울산선거는 볼거리도 즐길거리도 많은 재밌는 축제가 될 조짐이다. 하지만 마냥 재미만 좇을 수는 없다. 축제가 끝난 뒤 우리에게 무엇이 남을건가. 계속해서 반문해야 한다. “자치단체는 국가와 사회가 만나는 지점이며, 국가와 사회가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현장이다. 국가의 행정력과 지역의 사회력이 고준위에서 기획을 성사시킬 때 지방의 자치는 꽃으로 피어나고 마을은 공동체로 열매를 맺게 된다.” 전상직 한국자치학회장의 말이다. ‘지방분권 개헌’이 예고돼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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