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하지왕의 일행은 명림원지와 함께 말을 타고 사물성을 나와 대가야를 향해 떠났다. 사물국의 한기 소아성은 십 리까지 하지왕의 일행을 배웅했다. 소아성은 자신의 정예군사 백 명을 하지왕에게 붙여주며 말했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병력을 요청하십시오. 전군을 이끌고 달려가겠습니다.”

장마가 그친 가야의 하늘은 눈이 부실 정도로 파랗고 녹음이 짙은 산천에 부는 바람은 시원했다. 말방울 소리도 상쾌하고 긴 대오에는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선두에 선 하지왕과 명림원지와 구투야는 말고삐를 늦추어 천천히 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왕이 명림원지에게 말했다.

“이제는 대가야를 찾을 일만 남았군요.”

“그렇습니다.”

창대수염의 구투야가 말했다.

“이 병력으로 대가야를 치고 역적 박지를 잡아 사지를 찢어 죽여 버립시다.”

명림원지가 말했다.

“그건 안 될 말이오. 박지는 노련한 외교의 대가요. 그가 없이는 대가야를 찾을 수도 없고 앞으로 가야일통을 이룰 수도 없습니다.”

구투야가 창대수염을 부르르 떨며 반박했다.

“하지만 박지 그놈은 신라장군 석달곤을 끌어들여 왕위를 찬탈하고 자기의 아들을 왕위에 올린 대역적입니다. 하지왕이 쫓겨 다니며 뇌옥에 갇혀 죽음 직전에 처한 것도 그 놈 때문입니다.”

“박지는 외교술로 백제로부터 대가야를 찾았고, 신라를 이용해 왕위를 찬탈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고구려의 장화왕후와 태자와 인맥이 있고, 왜를 잘 알고 있습니다. 가야, 고구려, 신라, 백제, 왜 오국을 박지와 같이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와 같은 외교술의 천재를 얻기란 화씨벽옥을 얻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화씨벽옥은 밤에도 빛나는 야광주로써 구슬이 있는 백 보 안에는 파리와 벌레가 들어오지 못하고 여름에 부채가 필요 없을 정도이다. 완벽이라는 말은 화씨벽옥처럼 흠 하나 없이 ‘완전무결한 벽옥’이라는 뜻에서 나왔다.

구투야가 콧등을 튕기며 퉁을 놓았다.

“흥, 아무리 완벽하고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면 뭐 합니까? 불룩한 뱃속에는 충성심 대신 반역이 가득한 박지는 놈은 해가 될 뿐이 득이 되지 않소이다.”

“똑같은 물이라도 뱀이 먹으면 독이 되고 소가 먹으면 젖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박지를 독으로 만들지 말고 젖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건 대가야를 어떻게 찾느냐는 방법에 달려 있습니다.”

“아니, 군사로 정복하는 방법 외에 달리 무엇이 있단 말입니까?”

명림원지가 말했다.

“대가야를 더 이상 싸움터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박지보다 능란한 외교술로 대가야를 접수해야 합니다.”

 

우리말 어원연구

시원하다. 【S】siyaina(시야이나), 【E】c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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