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음악에 쓰이는 모달체계 화성처럼
소소한 변화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우리 사회도 안정된 성숙사회였으면

▲ 윤범상 울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 실용음악도

음악의 3요소는 멜로디와 리듬과 화성이다. 리듬은 보사노바냐, 스윙이냐, 펑키냐, 트로트냐 하는 박자를 말하고, 멜로디는 노래의 줄기이다. 화성(harmony)은 화음의 진행을 말하는 것으로써, 음악을 지탱하는 뼈대역할을 한다. 음악은 화성의 체계를 기준으로 할 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토날체계(tonal system)이고 또 하나는 모달체계(modal system)이다.

토날음악체계는 매우 불안한 딸림(dominant)화음을 포함한다. 이 불안감을 빨리 해결하여 안정적인 으뜸(tonic)화음으로 가는 독일병정식 화성체계이다. 이 불안감의 핵심은 트라이톤(tritone)이라는 불협화음에서 비롯된다. 두 음간의 거리(음정)가 세음(3음)인 관계를 트라이톤이라 하며 서로 무지하게 안 어울린다. 예를 들면, ‘파(Fa)’와 ‘시(Ti)’는 서로 세음 떨어진 트라이톤 관계이다. 오죽했으면 중세 유럽에서는 이 트라이톤을 ‘악마의 화음’이라 하여 왕의 칙령으로 이 두음을 동시에 내는 것을 금지하기까지 했겠는가. 그런가 하면 두음간의 음정이 2.5음이면 완전4도라 부르며 꽤 잘 어울리고, 3.5음이면 완전5도라 부르며 아주 잘 어울린다. 즉, 트라이톤인 ‘시파시파’는 불안의 대표선수이고, 완전5도인 ‘도솔도솔’은 안정의 대표선수이다. 그래서 구급차나 소방차가 긴급 상태로 달릴 때 내는 음이 ‘시파시파’인 것이다. 귀를 막고 싶을 정도의 불협화음으로 빨리 비키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고자 함이다. 만일 구급차가 ‘도솔도솔’한다면 안정감이 들어 비켜줄 생각을 못할 지도 모른다. 한편 모달음악체계는 토날체계와 달리 소소한 변화와 재미있는 색깔을 담은 잔잔한 화성체계이다.

이러한 화성체계를 사회상에 비유한다면, 토날사회는 마치 물을 뾰족한 산 위에 가지고 올라가서 쏟아 붓는 것과 같다. 그 물은 몹시 불안한 나머지 빠른 속도로 흘러내려 안정된 계곡에 다다르려 할 것이다. 극도의 불안을 만들고 이어 빠르게 안정화됨으로써 환희와 안도의 기쁨은 극대화된다. 반면에 물을 들고 나지막한 동산에 오르다 중간쯤에 도달했을 때 물을 부으면 그 물은 굽이굽이 주위를 배회하다 천천히 안정 상태에 다다를 것이다. 비록 환희의 정도는 토날사회에 미치지 못하지만, 매우 안정된 기쁨과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것이 모달사회이다. 사람들에게 가능한 커다란 감동을 주고자하는 작곡자의 속성상 대개의 현대음악은 토날체계를 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잔잔한 태교음악이나 명상음악 등은 모달체계가 주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보자. 후진사회는 무슨 좋지 않은 일을 당하면, 다같이 불안해하고, 분노하고, 성토하고, 그리곤 역동적으로 때론 무자비하게 이를 해결한다. 이러한 생각과 행동대열에서 이탈하면 배반자로 매도될 수도 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공익이라는 명분으로 무시되기도 한다.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가는데 있어 방법의 정당성은 중요치 않다. ‘내로남불’이 난무한다. 다분히 감정적이며 집단적인 이러한 상황은 ‘산이 높아야 바다가 깊다’는 논리로 늘 합리화된다. 이런 흑백·롤러코스터 사회를 음악에 비유하면 정열의 토날사회이다.

반면에 선진사회의 대부분은 공통적으로 불안과 환희 간의 거리가 크지 않다. 2만명이 하루 밤 사이에 죽는 대사고가 터졌어도 곡성(哭聲)이 나라를 뒤덮지 않으며, 올림픽금메달 100개를 따도 냄비처럼 들끓지 않는다. 물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중시되기에 생각의 다름도 너그러이 인정된다. 이를 총천연색 성숙사회라고 하던가. 음악으로 비유하면 안정감있고 소소한 재미를 지닌 모달사회이다.

우리는 과연 어느 사회에 살고 있을까? ‘시파시파’ 와 ‘도솔도솔’ 사이를 정신없이 왕복하는 토날사회인가? ‘도파도파’와 ‘도솔도솔’사이를 움직이는 모달사회인가?

윤범상 울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 실용음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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