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의해 파괴된 지구환경
온난화·미세먼지등 인류위협
환경보존 적극적 행동 나서야

▲ 김상곤 전 울산시 감사관

한동안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땅의 진동이 잦아드니 이번에는 하늘이 온통 먼지로 덮여버렸다. 봄에는 으레 바람과 먼지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사람들도 휴대폰 속의 미세먼지 농도지표 나쁨이라는 표시에는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마스크를 몇 개씩 사보기도 하지만 쓰고 다니기에는 아직 어색하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해 보도하면서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의학적인 조언보다는 함께 사는 주위 사람들의 판단을 따라가는 것이 무난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뿌연 먼지 속에서도 문수산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이고 길거리에서도 마스크를 한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은 걸 보면서 쓰고 있던 마스크를 슬며시 벗어버리고 만다. 그러면서도 집을 나서는 일이 예전처럼 가벼운 마음은 아니다.

전자상가에 가보면 사람들의 걱정은 좀 더 현실적이 된다. 공기청정기가 전자상가의 가장 앞자리에 차지하고 있다. 이것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표시다. 이제는 공기도 물처럼 정화장치를 거쳐야 마실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모든 경제학 원론은 공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공기는 무상으로 얻을 수 있지만 필요성이 훨씬 떨어지는 금은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것을 설명하는 논리가 희소성의 원칙이다. 공기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만큼 아무런 노력 없이 누구나 얻을 수 있지만 금은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론이다. 이제 공기에 대한 경제적 정의는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맑은 공기를 자연이 주는 무상의 혜택으로 여기며 살아온 세대는 우리가 마지막인 것 같다. 수 년 내에 미세먼지의 위협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우리의 행동을 심각하게 저해할 만큼 위험성이 더해 가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얼마 전 작고한 천재물리학자 스티브 호킹 박사는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200년이라고 추측했다. 지구를 떠나야 하는 제일 큰 이유가 지구 기후의 변화였다. 지구가 더 이상 인간의 착취행위를 견딜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온난화든 미세먼지든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예상보다 훨씬 빨리 호킹박사의 경고를 대면해야 할 것 같다. 환경에 대한 경고는 이것 뿐이 아니다. 평생 산업기술의 위험성에 대해 고민했던 철학자 한스 요나스는 “인간에 대한 자유가 기술을 통해 실현되고, 따라서 기술에 의한 환경오염은 우리가 자유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할 대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지구의 병은 치유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경고를 접하면서도 아직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충분하다거나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다. 인간의 위대함이 자연과의 전쟁에서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러나 당장 봄꽃의 향기조차 마음대로 즐길 수 없는 공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밖에 나가기 싫어도 가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있지 않은가. 산업사회의 노동은 대부분 실내에서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밖에서 일을 한다. 스포츠를 비롯한 대부분의 문화 활동도 실외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며칠 전에는 프로야구가 미세먼지로 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시장의 좌판과 과일트럭이 미세먼지로 판매를 그만둘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실외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밖에서 뛰어노는 어린이들에게 봄은 위험한 계절이라고 가르쳐야 한다면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지구환경이라는 거대한 담론이 나라와 나라 사이의 문제를 넘어 우리 집 앞의 문제가 되었다. 우리의 자유와 편리함을 위해 파괴한 지구환경의 문제를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무분별한 욕망과 무지로 외면한 환경에 대한 윤리적 책임감과 함께.

김상곤 전 울산시 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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