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온 대처 도마’ 스웨덴 한림원 “대중 신뢰 회복 시간 필요”
문학상 지금까지 7차례 시상 못 해…1949년 이후 69년 만에 처음

▲ 2016년 노벨문학상 발표 장면 자료사진[EPA=연합뉴스]

최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파문에 대한 미온적 대처로 논란에 휘말린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노벨문학상을 시상하지 않고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노벨문학상이 수여되지 않는 것은 1949년 이후 69년 만에 처음이다.

한림원은 이날 성명에서 “차기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전에 한림원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결정했다”며 올해 노벨문학상을 시상하지 않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해 11월 종신위원 18명 중 한 명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인 프랑스계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에게서 과거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 18명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다가 프로스텐손이 노벨상 수상자 명단을 사전에 유출한 혐의까지 드러나자 종신위원 3명이 그의 해임을 요구했으나 무산되면서 이에 반발한 위원 6명의 집단 사직으로 이어졌다.

아르노는 자신에 대한 의혹을 부인했지만, 한림원은 이후 “용납할 수 없는 행위가 강요된 형태로 서열관계에서 발생했다”고 성폭행을 시인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한림원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훼손됐다.

급기야 스웨덴 한림원의 첫 여성 종신 사무총장이었던 사라 다니우스 사무총장까지 사퇴하기에 이르렀고 프로스텐손도 뒤이어 사퇴하면서 올해 노벨문학상 시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18명으로 구성되는 스웨덴 한림원은 12명 이상이 있어야 운영되도록 규정돼 있으나 8명이 사실상 한림원 활동에서 손을 떼었기 때문이다.

종신제로 운영되는 한림원에선 사실상 사임이 불가능하지만, 한림원의 후견인인 스웨덴의 왕인 칼 구스타프 16세가 금주 초에 위원의 사퇴를 허용하도록 규정을 바꾸는 것을 승인했다.

스웨덴 왕궁은 “구스타프 국왕이 노벨문학상 시상을 연기하기로 한 한림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면서 “이번 결정은 한림원이 명성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앤더스 올슨 사무총장 대행은 “(아직) 활동 중인 한림원 멤버들은 현재 처한 신뢰 위기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다음 수상자가 발표될 수 있을 때까지 한림원에 대한 대중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슨 대행은 또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노벨문학상 시상을 연기하는 데 대해 완전한 합의가 있었다. 다른 대안이 없었다”면서 “최근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작업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으나 신뢰의 추락이 시상을 연기하기로 하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새로운 멤버를 찾기 위해 안팎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올슨 대행은 덧붙였다.

노벨재단도 스웨덴 한림원의 올해 노벨문학상 시상 연기 결정과 관련, 성명을 내고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시상자로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현재 취하고 있는 구체적인 조치들에 관해 알려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스웨덴 한림원은 전쟁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 노벨문학상이 시상되지 않은 해는 1915년, 1919년, 1925년, 1926년, 1927년, 1936년, 1949년 등 모두 일곱 차례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가운데 5번은 수상자가 없던 해의 다음 해에, 당해 수상자와 전해 수상자에게 동시에 상이 수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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