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미세먼지등 대기오염에 이어
가짜뉴스·인터넷 댓글 조작등
여론의 오염…민주주의 근간 위협

▲ 신면주 울산변호사회 회장

5월의 대기는 그 신선함과 부드러움으로 사람에게 생명의 훈기를 불어넣어 준다.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의 여왕이 5월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일상에 스멀스멀 자리하기 시작한 미세먼지로 계절의 여왕도 마스크를 끼게 되었다. 방송에서는 미세먼지 지수까지 만들어 매일 예보를 하고 있지만 뚜렷한 원인이나 대책에는 인색한 것을 보면 5월의 마스크만큼이나 답답하다. 미세먼지가 극심한 서울시에서는 사흘 동안 예산 150억을 날리며 차량 2부제를 실시해 보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정책의 황당함을 질책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서울시장의 답변은 일견 무책임하게도 들리지만 고심하는 속내가 짐작이 가기도 한다. 추정되는 원인이 차량의 배기가스, 타이어 마모 먼지, 중국 공장 지대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 등인 것을 보면 인간이 문명의 이기를 통해 일상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만큼 환경은 오염되고 그만큼 불편함도 늘어나는 것 같다.

최초의 원자폭탄 원료가 된 플루토늄을 발견한 미국의 핵화학자 글렌 시보그는 “과학은 원래 선을 위한 잠재력도 악을 위한 잠재력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에 따라 이용될 잠재력일 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우려대로 인간의 선한 의지와 결합한 원자력은 의학, 산업 등 다방면에서 인류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 활용되고 있지만 인간의 악한 의지와 결합한 원자력은 인류를 일 순간에 몰살시킬 수 있는 원자폭탄을 탄생시켰다. 독재자인 시리아의 카다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등이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 세계 평화를 위협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급기야 북한도 수십년의 은밀한 잠행 끝에 핵무기를 완성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등 전 세계의 국가들이 나서서 어르고 달래 보지만 핵을 포기시키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다행히 북한 핵 위협의 직접 당사자인 남한과 미국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인질범과의 대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작금의 북한의 핵사태도 그 본질은 악한 의지를 가진 인간에 의해 오염된 과학의 결과라 할 것이다.

쌍방 소통 매체인 인터넷의 등장은 일반인 정보 접근의 용이성, 쌍방 소통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신장, 즉시적인 여론 형성 가능 등 참여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반면에 인터넷을 통해 왜곡된 정보의 대량유포는 오염된 여론을 만들어 현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할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전 정부에서는 국정원에 의한 댓글 조작으로 관련자들이 모두 사법처리를 받더니 현 정부에서는 ‘드루킹’이라는 정치 브로크에 의한 댓글 조작 의혹이 정권 실세로까지 번져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조슈아 클랜칙’은 현대 민주주의 붕괴 요인을 ‘경제위기’ ‘중산층의 배반’ ‘권위주의의 귀환’ 등을 꼽고 있는데 ‘여론의 대규모 오염’도 요인 중의 하나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여기다 더 하여 민주주의의 공기인 언론의 자유가 정치 지배력으로 오염될 경우 여론을 통한 현대 민주주의는 그 껍질만 남게 된다.

불도 없는 원시사회에서 출발한 호모사피엔스는 오직 그 지적 능력 하나로 척박한 자연을 개척해 인류의 행복한 존속을 위해 과학을 발전시키고, 폭압적 지배를 벗어나 존엄한 존재로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영적인 세계를 추구하기 위한 다양한 종교를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지나친 편리 추구와 정치적 지배력 확대를 위한 무분별한 악한 의지의 일상화는 지구 환경과 인간 정신의 광범위한 오염으로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1941년 연두교서에서 미래의 안전한 인류를 위한 네 가지 필수적인 자유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 ‘결핍 배고픔으로부터의 자유’ ‘전쟁의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발표해다. 그로부터 약 80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위의 네 가지 자유는 거의 구현됐지만 그 오염 또한 심각해지고 있다. 미래의 인류를 위해 ‘오염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한 고뇌가 시작돼야 할 5월이다.

신면주 울산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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