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부문 초청작 ‘레토’서
러시아의 전설적인 록스타
빅토르최 젊은 시절역 맡아

 

배우 유태오(37·사진)가 생애 첫 칸영화제에 진출하며 15년 무명의 설움을 씻었다.

13일(현지시간) 칸 현지에서 만난 유태오는 “오랫동안 무명의 길을 걸었는데, 이런 꿈같은 자리에 오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활짝 웃었다.

유태오는 경쟁 부문에 초청된 러시아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 신작 ‘레토’에서 주연을 맡았다. 1980년대 초반 러시아의 전설적인 록스타 빅토르 최의 젊은 시절을 담은 영화로, 최근 공식 상영 이후 호평이 쏟아졌다.

유태오는 200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빅토르 최 역할을 따냈다.

“지인을 통해 키릴 감독이 한국 배우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별 기대 없이 ‘셀카’ 사진을 찍어 보냈죠. 그러고는 일주일 뒤에 기타 치는 영상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이번에는 집 주차장에서 러시아 분위기가 나게 영상을 찍어 보냈는데, 모스크바로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죠.”

유태오는 키릴 감독이 내세운 조건과 맞아 떨어졌다.

한국인인 데다 20대 초반을 연기할 수 있는 동안을 지녔고, 연기경험도 갖췄다. 무엇보다 빅토르 최에 대한 유태오의 해석이 감독 마음을 움직였다.

“빅토르 최는 남성의 상징, 자유의 상징으로 인식돼 있지만, 제가 보기엔 좀 달랐어요. 그의 노랫말을 보면 시적인 요소가 강했고, 정체성에 관한 혼란과 멜랑콜리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죠.”

유태오가 해석한 빅토르 최의 모습은 사실 본인 이야기이다. 그는 1981년 독일 쾰른에서 독일 파견 광부와 파독 간호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저 역시 떠돌아다니는 삶에 대한 멜랑콜리와 나의 뿌리가 무엇인지, 유럽 교포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죠. 그런 면에서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건 운명 같아요.”

유태오는 2009년 ‘여배우들’로 한국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후 태국, 베트남, 중국, 할리우드 영화들에 출연했지만, 이름을 알리지는 못했다. 그런 그를 옆에서 한결같이 응원해준 사람은 10여 년 전 뉴욕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 니키 리(이승희) 씨다. 니키 리 씨는 미국과 한국에서 활동한 유명 미술작가다.

“모두가 절 버리고 포기했을 때, 제가 배우 생활을 할 수 있게 끝까지 믿어준 아내가 너무 고마울 따름입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