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새 활로 ‘북방경제’서 찾자

▲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교역의 거점 항만이었던 울산항을 북방경제와 대북 지원·물류사업의 중심항으로 육성해 지역 경제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울산신항 전경.

최근 남북 정상회담등 훈풍기류 타고
과거 대북교역 중심기지 역할 재조명
함흥·나진 통해 북한의 풍부한 자원과
울산의 조선·비철금속산업 연계 기대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 주도로
러시아와 나인브릿지사업 채널 가동
울산시·항만공사·상의도 TF팀 꾸려
남북경협시대 대비한 전략수립 나서

울산항은
대한민국 수출전진기지이자
산업수도 울산의 심장이다.
하지만
조선과 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침체로
뱃고동 소리는
수년째 잦아들고 있고,
지속되는 경기부진의 여파로
울산항도 활기를 잃은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 출범에
이은 최근 남북 정상회담 성공 개최 등의
호재로
남북 경제교류와 나아가 북방경제가
울산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교역의 거점 항만이었던
울산항을
북방경제와 대북 지원·물류사업의
중심항으로 육성해
지역 경제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울산항 한 때 대북 교역량 52% 북방물류 중심항 육성

울산과 울산항은 김대중 정부 당시 대북지원 물류거점이었다. 울산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울산항을 통한 대북 지원과 교류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특히 남북경협사업이 정점을 찍었던 1999년에는 유류(19만8000t), 건설자재(9만9000t), 비료(6만5000t) 등을 울산항에서 선적해 북한의 청진, 해주, 남포, 흥남, 원산 등지로 수송했는데, 이는 전국 대북물류 수송량(69만7000t)의 52%를 점유할 정도로 많은 물량이었다.

 

2005~2008년에는 정부가 북한에 비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북한 선박들이 직접 울산항을 입·출항하며 지역 기업이 생산하는 비료를 싣고 갔다. 또 2008년 4월에는 북한 남포항에서 출항한 화물선 창덕호가 두 차례에 걸쳐 무연탄 1만2000t을 싣고 울산항에 입항한 적도 있다.

이처럼 울산과 울산항은 과거 대북 교역의 중심기지 역할을 수행했는데, 남북 정상회담 성공 개최와 이에 따른 남북 경제협력의 기대감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벌써부터 북한의 최대 공업지구인 함흥, 나진 등과 협력해 물적·인적 교류의 허브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당장 열악한 북한의 항만시설 개발·운영과 금, 석탄, 아연, 동 등의 풍부한 지하자원 개발, 철도 연결, 파이프라인 건설 등에서 지역 항만·건설업계와 산업계가 참여 가능하고, 여기에서 울산항의 역할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지호 울산항만공사 물류기획팀장은 “남북 경제교류가 본격화 되면 철도와 항만, 도로 등 기반시설 확충은 물론 ‘제2 개성공단’ 추진 등으로 지역 산업계와 항만업계가 진출 또는 참여할 부분이 많다”면서 “특히 풍부한 북한의 지하자원과 값싼 노동력, 여기에 울산의 강점인 조선 및 플랜트산업, 비철금속산업 등과 연계하게 될 경우 울산 및 울산항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역 항만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울산항이 시멘트, 비료, 식량 등 대북물자지원항의 기능을 하고, 장기적으로는 북한 나진항, 선봉항 등 동해안 항구도시들간 동해안 벨트와 연계한 남북간 항만 교류의 거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市 남북경협 TF 발족 산업·항만업계 기대감 높아

울산시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간 경제교류협력이 활발해질 것에 대비해 최근 울산발전연구원·울산테크노파크·울산항만공사·울산상의 등 유관기관 공동으로 남북경협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교류사업 발굴 등 사업추진 기반을 마련하는 등 남북경협 시대 대비에 팔을 걷어붙였다.

시는 남북교류협력 기금 조성과 남북교류협력위원회 구성 등 경협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북미 정상회담과 대북제재 등 여건변화를 봐가며 사업을 구체화 한다는 방침이다.

남북경협은 물론 범위를 넓혀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유라시아·동북아지역을 포함한 북방경제협력의 전초기지로 역할론까지도 대두되고 있다.

북방경제협력사업은 지난해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한 북방경제협력위원회(위원장 송영길)의 주도로 올 들어 본격화 하고 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지난 3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양국간 ‘나인브릿지(9­Bridge)’ 사업 협의체 채널을 본격 가동했다. 또 최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과 철도차량, ICT, 교육, 보건의료 분야 등 유망 실질협력 분야 발굴 협의 등 ‘신북방 실크로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했다.

인천과 부산, 포항, 동해시 등 항만을 끼고 있는 국내 지자체들도 북방경제협력사업 선점을 위해 TFT 구성과 관련 사업 추진 등 발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울산은 항만물류업계를 중심으로 민간에서 사업 참여 등을 위한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여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남북경협과 북방경제 어젠더를 선점하고 공약에 반영하는 등 정치권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고상환 울산항만공사 사장은 “남북 정상회담 성공 개최로 한반도를 넘어 북방물류까지 현실화 될 수 있는 길이 점점 열리고 있다”며 “이에 따라 울산항에서는 북한을 포함한 에너지 자원 수입 루트 다각화와 육해상 교통 연결성 강화, LNG 벙커링 인프라 조성 등 울산항을 비롯한 지역 주력 산업계의 기회와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실행 플랜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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