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의 性정정 인정한 우리법원도
남성·여성외 제3의 성 포용한 독일처럼
성소수자의 인권신장에 보다 더 관심을

▲ 박성호 울산지법 부장판사

A는 생물학적 여성으로 출생했고 호적상 성별이 ‘여성’으로 등재돼 있다. 하지만 성장기부터 남성적 기질과 외관을 보이는 등 일상생활에서 여성에 대한 불일치감과 남성으로의 귀속감으로 혼란을 겪어왔다. 결국 40세가 넘어 병원에서 성전환수술을 받았다. 계속적으로 남성호르몬을 투여 받아 남성으로서의 신체와 외관을 갖추게 됐고, 정신과 검사결과 남성으로서의 성적 정체감이 확고하다는 진단도 받았다. 이어 법원을 찾아 호적상의 성별란 기재를 ‘여성’에서 ‘남성’으로 변경해달라는 호적정정신청을 했다. 그러나 법원은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정정을 허용할 근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 신청을 배척했다. A는 대법원에 재항고를 제기했다.

성염색체인 X염색체가 부족한 ‘터너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B는 출생기록부에 ‘여성’으로 등재되었으나, 성장하면서 비전형적인 성염색체로 인해 자신이 여성에도 남성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자각을 하게 됐다. 결국 B는 출생기록부의 성별란에 등재되어 있던 ‘여성’을 삭제하고 ‘간성(inter)’ 또는 ‘다성(divers)’으로 등재해 달라는 정정신청을 관할 신분관계 사무소에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사무소는 독일 신분관계법이 출생기록부에 아이의 성(性)을 기재하도록 하면서 남성 또는 여성으로 분류될 수 없는 경우에는 성을 기입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 신청을 거부했다. 이에 B는 관할 법원의 결정을 거쳐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대한민국과 독일에서 발생한 성소수자의 성별정정 신청사건에 대해 각국의 최고법원은 과연 어떠한 판단을 내렸을까?

우리 대법원은 2006년 6월22일 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권리들은 질서유지나 공공복리에 반하지 않는 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한 사람에 대해서는 호적정정에 관한 호적법 절차에 따라 호적의 성별란 기재의 성을 전환된 성에 부합하게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함이 상당하다고 결정했다.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인해 ‘하리수’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인 트랜스젠더에게도 출생신고와 함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된 생물학적인 성을 전환된 성으로 변경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는 점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신장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17년 10월10일 지속적으로 남성에도 여성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의 성적 정체성도 일반적 인격권에 의해 보호되어야 하고 기본법이 남성과 여성 외의 또 다른 성적 정체성의 인정을 저지하지 않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성의 등록을 강제하면서도 남성 또는 여성 외에 ‘제3의 성’을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는 한 신분관계법 규정은 기본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은 모든 사람이 남성 또는 여성 중 어느 하나에 속하는 것을 전제로 우리 대법원이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을 허용한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남성에도 여성에도 속하지 않는 ‘제3의 성’에 대한 헌법상 보호를 인정함과 동시에 이를 신분관계 등록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특히 성소수자의 인권보호 및 차별방지에 대한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남성에도 여성에도 속하지 않는 ‘제3의 성’을 헌법적으로 포용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우리나라 사법부에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박성호 울산지법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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