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 합작법인 주주사 구성 장기화

상부저장시설 착공 17개월째 지연

예타조사 통과 남항까지 발목 잡혀

세계석유시황 악화 ‘엎친데 덮친격’

울산의 신성장 동력인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이 대책없이 늦어지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항지구(1단계) 합작법인 주주사 구성이 장기간 늦어진 여파가 1년전 예비타당성 조사의 난관을 넘긴 남항지구(2단계) 사업의 발목을 잡는 등 갈수록 꼬이는 양상이다. 석유시황 악화까지 엎친데 덮친 격으로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22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사업은 울산신항에 1조9235억원을 투입해 2010년부터 2026년까지 2413만배럴 규모의 세계적인 석유 물류의 중심지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북항지구과 남항지구로 나눠 추진되고 있다. 2010년 먼저 시작한 북항지구는 하부시설을 울산항만공사가 조성하면, 민간투자자들이 상부저장시설을 구축해 상업화하는 형태다. 울산항만공사는 지난해 7월 30만2000㎡ 규모의 부지매립과 부두건설 등 하부시설은 완료했다. 그러나 북항지구의 상부저장시설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당초 한국석유공사가 주축이 된 전담 특수법인 KOT(Korea Oil Terminal)가 5600억원을 들여 813만배럴 규모의 저장시설 등 상부저장시설을 2019년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25% 지분투자를 약속했던 중국 국영석유회사 시노펙의 자회사인 시노마트가 올해 초 투자를 철회하면서 계획은 틀어졌다. 주주사 구성이 완료돼 합작법인이 출범하기 전에는 주주 출연금으로 공사를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전긍긍하던 석유공사가 ‘출자 또는 대출’ 형태로 울산시에 투자자로 나설 것을 요청했지만, 울산시가 투자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하면서 실패했고, 대안으로 KOT에 참여한 석유공사와 울산항만공사 등 공공기관이 나머지 25% 지분을 책임지는 방안까지 고려했지만, 이마저도 이윤추구가 우선인 민간투자자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석유공사는 또다른 신규 투자자 모집을 위해 여러 업체와 접촉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상부저장시설 착공이 17개월째 지연되면서 KOT는 연간 수십억원의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북항지구 사업이 오리무중에 빠지면서, 남항지구 사업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남항지구는 지난해 6월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남항지구는 북항지구와 마찬가지로 울산항만공사가 하부시설을 설치해주면, 국내외 투자자로 구성되는 특수법인을 구성해 상부저장시설을 구축하는 형태다.

그러나 울산항만공사는 하부시설을 설치할 여력이 없다. 북항지구에 사업비가 묶여 있기 때문이다. 북항지구 하부시설 투자금 회수가 안되다보니, 남항지구 투자는 엄두도 못내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무엇보다 석유시황이 좋아질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데다, 지난해 10월 시행한 석유 및 석유연료대체사업에 따른 탱크터미널 수요 증가 효과가 기대에 못미치면 남항지구 특수목적법인 구성도 난항이 예상된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높아지고 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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