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농담처럼…때로는 회초리처럼…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준 아버지의 말들

▲ 아버지는 말하셨지
시인 공광규의 소주병은 자식의 시선 안에 들어 온 아버지를 그리고 있다. 어느 날 문득 철이 든 자식. 늦은 밤 귀가하는 아버지를 보고야 말았다. ‘술병은 잔에다/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길거리나/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문 밖에서/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빈 소주병이었다.’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되는 울림이 큰 시다. 시인의 말처럼 ‘빈 소주병’은 아버지 인생 그 자체. 자식들에게 모든 걸 내어주고 빈껍데기만 남은 아버지의 삶이 구겨진 그 모습 그대로 시 속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5월 가정의 달이 끝나가고 있다. 근로자의 날, 세계인의날, 발명의 날 등 기념일이 많지만, 5월 한 달을 하나로 묶어 가정의 달이라고 한 이유를 쉽게 어림짐작 할 수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 성년의날 처럼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짚어보는 기념일이 유독 많기 때문이다.

찬란한 5월을 보내며 다시금 아버지를 떠올린다. 내리꽂는 강도가 하루하루 거세지는 햇볕과 달리, 딱 그만큼씩 굽어가는 아버지의 어깨가 눈에 들어온다. <아버지는 말하셨지>는 방송작가로 유명한 송정연·송정림 자매가 우리 시대 아버지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바로 그 말을 담은 책이다. 아버지를 하늘로 떠나보낸 자매가, 아버지를 추억하며, 아버지가 가슴 속에 꾹꾹 담아 놓았다가 어렵게 입 밖으로 꺼내 딸들에게 전했던 사랑의 말이다. 인생의 고비마다 때로는 따끔한 회초리가, 때로는 나침반이, 그리고 때로는 따뜻한 손전등이 되어준 아버지의 조언들이 들어있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모두 비슷하다. 사랑은 가득하지만 쑥스러워서 사랑한다는 말도 못한다. 자식에게 해줄 말이 많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마음에만 담아둔다. 이 책에 쓰인 말들은 우리의 아버지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바로 그 말인지도 모른다. 홍영진기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