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첫 경험인 하지왕은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저 놀랄 따름이었다. 상희공주의 가슴은 풍만하고, 허벅지는 길고 딴딴했다. 그녀의 풍성한 머릿결이 그의 어깨와 가슴을 쓸면서 비단결처럼 물결치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그녀의 살구알 같은 젖꼭지와 몽실한 젖가슴이 스치듯 가슴을 지나갔다.

하지왕의 관자놀이에 붉은 혈관이 돋아나 불끈거리고, 피골이 상접한 몸에선 진땀이 육수처럼 흘러내렸다.

‘아, 공주의 정체는 뭔가? 그동안 상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고구려의 여인들은 잠자리에서도 상무정신을 발휘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녀만 특수한 경험에서 이런 행위가 나오는 것인지 궁금했다.

허벅지 위로 올라간 상희의 대담하면서도 격렬한 움직임에 하지왕은 극도의 쾌감과 소모감을 이기지 못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괴한 신음소리를 냈다.

“크흐으윽.”

하지는 어린 시절부터 여자를 보면 왠지 마음이 끌리면서 부끄럽고, 부끄러워 돌아서면 외롭고 그리운 신비한 감정을 느꼈다. 우시산국의 쇠부리 철장에서 철없이 함께 놀았던 소라도 마음으로 좋아하면서도 퉁을 놓고 헤어지면 자석처럼 다시 마음이 당겼다. 박꽃처럼 하얀 얼굴과 가냘픈 어깨선을 보면 이상하게 설레고 아련했다. 왠지 그러안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어린 마음에도 수치심과 죄책감이 들어 다가가지 못했다.

하지가 조금 나이 들어 고구려에서 상희나 다해를 볼 때 이러한 마음은 더욱 강해져 욕망이나 본능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부끄러워지고 더 그리워하고 더 죄책감이 들었다. 그럴수록 여자는 신비하고 외경스런 먼 나라의 환상적인 존재가 되어갔다.

가야 땅에서 청년으로 자라면서 여자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으나 성에 대한 두려움과 쑥스러움, 신비감으로 욕망을 억누르거나 본능에서 도망치곤 뉘우쳤다. 성에 대한 소심함을 일과 대업의 대범함으로 메우려했으나 더 큰 공허와 고독감을 느꼈다.

‘많은 이들이 예찬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궤도를 이탈할 감정을 억제할수록 오히려 욕망은 배가되고 본능은 야수처럼 어른거렸다. 성이란 본질적으로 신비하고 거룩하고 성스러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상희는 다르다. 욕망의 표출이 스스럼없다. 마치 수줍은 꽃과 아름다운 별밤과 불면의 고독을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과 같다. 처음으로 아름답고 신비하고 성스런 성에 눈을 뜨는 지금, 쾌락에 짓밟히는 느낌이다. 잔잔한 설렘보다는 폭풍 같은 감각으로 다가온다. 쾌감의 높은 절벽으로 억지로 끌려가 강제로 뛰어내려야 하는 성인식을 치르는 기분이었다.

“공주, 난 지금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소.”

“오빠, 그냥 가만히 있어요.”

“하지만, 내 몸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게 뭔지……. 공주가 궁금하기도 하고.”

“뭐가 궁금해요? 내가 처녀가 아닌 것? 아니면 창녀처럼 구는 것?”

“그게 아니라.”

“아무 말 말고 여기에만 집중하세요.”

 

우리말 어원연구

뉘우치다. 【S】niudcidha(니우드시다), 【E】regret.

(본보 소설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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