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미란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급격한 사회 변동’이라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실생활에서도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는 때가 많다. 그래서 때로는 어떠한 변화의 분위기를 감지하기도 전에 이미 너무 많이 바뀌어 있거나 그에 대한 준비나 대응이 미흡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현대사회 내에서 가족의 의미나 형태도 그러하다. 흔히 가족이라 하면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자녀나 조부모 등으로 이루어진 집단을 떠올리게 되지만 현대 가족의 형태는 부부를 중심으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비혼이나 이혼 등의 선택으로 인한 1인 가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가족관련 변화양상에 따라 저출산이나 고령화, 가족해체, 아동보육이나 노인부양 등과 같은 가족돌봄의 문제가 우리 사회 내에서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가족의 일이나 더 이상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관련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이나 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들 수 있는 것이 ‘가족친화 사회환경 조성’이다.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은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고, 아동양육 및 가족부양 등에 대한 책임을 사회적으로 분담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의 조성을 촉진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가족친화 직장환경’이나 ‘가족친화 마을환경’ 조성을 위해 국가나 지자체가 노력해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

동법이 목적하는 바와 같이 개개인이 일과 생활이 조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고, 모든 이가 힘을 합쳐 양육이나 부양, 가족 돌봄의 역할을 나누어 맡을 수 있다면 현재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가족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책이나 제도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정부나 지자체의 역할이지만 이러한 환경을 우리 사회 내지 지역 내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역할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하면 좋을까. 첫째, 가족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를 내 가족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가족친화적 환경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며, 가족이 평온할 수 있는 환경은 결국 개인에게도 그 영향을 미친다. 타 가족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나 개개인의 문제로 여겨 비난 내지 책망만 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곤란하다. 둘째, 사회 구성원 모두를 한 가족으로 이끌어 나가야 하는 국가나 지자체는 종전과 같은 가부장적인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국가나 지자체가 가족의 문제를 끌어안고, 가족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나 지자체의 책무이지 호의가 아니다. 실제 가족 내에서도 구성원 개개인이 서로 평등하고, 자율적인 존재여야 하듯, 국가나 지자체 그리고 사회 구성원의 관계도 권위적이거나 복종하는 관계가 아닌 사회 구성원 각자를 보호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다가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족친화 사회 환경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 옛날의 어머니처럼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으로 내가 또는 내 가족이 살기 좋은 사회가 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모두가 함께 가족친화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다가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배미란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