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느는 공무관련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하면’직권남용 ‘않으면’직무유기는 곤란
지나친 책임 추궁은 ‘면피성’보신 불러

▲ 박기준 변호사·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도록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돼 있다. 친절·공정의 의무와 성실의 의무는 물론이고, 공무원이 내용적 또는 절차적으로 직무를 바르게 수행하지 못한 경우 행정적·형사적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직무를 수행하였으나 과도한 권한 행사라는 책임추궁이 있을 수 있고, 신중하고 성실하게 처리하였으나 직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였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전자는 직권남용이 문제될 수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직무유기나 직무태만이 문제된다.

최근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 재판의 대상이 된 사건들이 많이 눈에 띈다. 전(前) 대통령의 국정농단 직권남용사건과 이를 사전에 막지 못한 전(前)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사건을 비롯해 법무부 모 검찰국장의 강제추행 검사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제공 직권남용사건이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관련 대검찰청 간부들의 수사개입 직권남용사건에 이어 고발 검토중인 전(前)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사건 등이 있다.

직권남용죄와 직무유기죄는 뇌물죄와 함께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저지르는 대표적인 범죄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으로 죄명표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돼 있다. 이에 반해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하는 것을 말한다. 직권남용은 적극적 작위가, 직무유기는 소극적 부작위가 문제되는 경우이다. 양죄는 행위 유형으로 보면 대척점에 서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 동안 뇌물죄(수수금액이 커지면 특가법상 뇌물죄로 의율되어 형량이 높아진다)로 처벌받는 사례는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으나 직권남용죄나 직무유기죄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그러하지 않았으며 실제 발생 빈도가 낮았다. 뇌물이나 직무상의 불법행위가 개입된 경우가 아니라면 징계, 사직 등 행정적 조치로 종결되거나 선출직이라면 다음 선거때 유권자의 심판을 받게 될 뿐 형사책임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다. 양죄의 구성요건도 까다로워 범의 입증도 어렵다. 실제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사례가 많다면 공무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리가 없었을 것이므로 사례가 적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직권남용사건이 많이 문제되고 있는 것은 왜일까. 과거와 달리 이러한 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범죄 적발 능력이 갑자기 탁월해졌다고 볼 수는 없고, 어느 기간에 특히 직권남용 행위가 많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 관행적으로 해오던 직무 수행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보고 문제점으로 인식, 형사적인 책임추궁으로 나아가는 것이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임명직 또는 선출직이거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는 처벌되어야 한다. 다만 직무 수행의 잘못을 탓하면서 합리적이고 엄정한 기준과 판단에 의하지 않고, ‘더 철저하게, 더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으니’라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권한을 행사하였으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지운다면 추궁당하는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처하고, 징계책임은 물론 형사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하면’ 직권남용이 문제될 수 있고,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문제된다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직무 수행의 잘못과 책임에 대한 규범적인 처리에 있어 자의적인 법적용과 집행은 금물이다. 자칫 과도한 책임 추궁으로 인해 후일의 책임만을 면하고자 하는 소위 ‘면피성’의 보신적 분위기가 생기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박기준 변호사·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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