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출연한 김희애

위안부 피해 할머니 돕는

부산 여행사 사장역 맡아

사투리·일본어 연습 매진

27일 극장서 관객 만나

“정말 많이 떨었어요. 이런 귀한 영화에 제가 ‘발연기’를 하면 어쩌나 하는 중압감이 엄청났죠.”

연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라는 김희애(51·사진)가 발연기 걱정이라니, 잘 어울리지 않았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만난 김희애는 영화 ‘허스토리’가 그만큼 그의 연기 인생에 큰 도전이었다고 털어놨다. “제 나름대로 경력을 쌓아왔는데 (연기를 잘 못 해)웃음거리가 될까 봐, 또 할머니들께 누가 될까 봐 무섭고 두렵기까지 했죠.”

오는 27일 개봉하는 ‘허스토리’(민규동 감독)는 1990년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6년 재판 끝에 일부 승소를 받아낸 일명 ‘관부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김희애는 할머니들 재판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부산 지역 여행사 사장 문정숙 역할을 맡아 극을 이끈다. 할머니들 아픔을 공감한 문정숙은 원고단 단장을 맡아 사재를 털어 재판을 지원하고, 일본 법정에서는 할머니들의 증언을 일본어로 통역한다.

“여배우가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이 별로 없잖아요. 그 와중에 들어온 시나리오여서 제가 안 할 이유가 없었죠. 무엇보다 할머니들과 문정숙의 당당한 삶이 가슴에 와 닿았어요.”

그렇게 덜컥 출연에 응했지만, 김희애는 처음 도전한 부산사투리 연기와 비중이 상당한 일본어 대사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사투리 지도 교사를 매일 만나다시피 했고, 부산 출신 사람들과 통화하면서 억양을 익혔다. 일본어 역시 우리말로 쓰인 대사를 외우고 또 외웠다.

“일본어 연습을 너무 해서 지금도 대사가 생각나요. 이제 장기 기억으로 넘어갔나 봐요. 처음에는 한글로 써진 일본어를 읽지도 못했어요. 음악처럼 리듬과 억양을 익혀야 외워지는데, 한 문장도 외우기가 쉽지 않았죠.”

그런 노력 덕분일까. 영화 속에서 김희애는 제법 차진 부산사투리와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한다.

김희애는 여장부 스타일의 문정숙을 연기하기 위해 외모에도 변화를 줬다. 쇼트커트를 하고, 얼굴을 반쯤 가린 커다란 안경을 썼다. 노역 분장과 함께 살도 5㎏ 정도 찌웠다. 그간 주로 선보인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함께 출연한 김해숙이 김희애를 몰라봤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여배우 하면 예쁘고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런 편견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연기할 수 있어 편안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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