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부산현대미술관·경주솔거미술관

▲ 지난 16일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

초록물결로 뒤덮인 부산현대미술관
도심속 생태계의 보고 을숙도에 들어서
佛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의 작품
평면그림 대신 미디어아트·설치미술 소개

경주엑스포공원내 경주솔거미술관
한국화 거장 박대성의 기증으로 건립 추진
승효상 건축가 설계…제3전시실의 통유리창
자연을 작품으로 인식한 미술관 건축의 백미

2년 뒤 2020년, 울산에 첫 공립미술관이 건립된다. 울산동헌 옆 옛 북정공원과 중부도서관이 있던 자리에 울산시립미술관이 들어서는 것이다. 미술관 조감도는 이미 지난 해 공개됐다. 디자인은 부산지역 건축회사인 가가건축사무소가 맡았다. 건축물의 크기는 지하 3층, 지상 2층. 비스듬한 오르막에 건물이 들어서기 때문에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면 건물 전체가 큰 계단처럼 보인다. 미술관을 고대하는 시민들은 이제 건물의 외형 보다 미술품이 전시 될 실내공간에 대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궁금증이 컸는지, 울산 인근 부산과 경주지역 미술관을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창의력의 원천이자 풍부한 감성을 키워주는 그 곳 미술관에서 2년 뒤 울산의 첫 미술관을 상상하면서.

▲ 개관 전 커미션작품, 전준호 작가의 ‘꽃밭명도’.

◇부산현대미술관

때마침 지난 16일 부산 을숙도에 새로운 미술관이 개관했다. 부산현대미술관(MOCA)이다. 부산의 첫 공립미술관인 부산시립미술관은 20년 전 해운대구에서 개관했다. 벡스코 옆 바로 그 건물이다. 2년 전에는 시립미술관 부지 내에 이우환공간도 새로 문을 열었다.

그러는 사이 부산에서는 해운대의 반대쪽 서(西)부산쪽 주민들의 문화향유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이 팽배해졌다. 이를 수렴한 부산시가 계획부터 건립까지 장장 10년 세월을 공들여 컨템포러리아트, 즉 초현대미술을 보여주는 부산현대미술관을 낙동강 하구 섬 중앙에 세운 것이다.

▲ 아평지 옆 미술관 전경.

입구에서 바라 본 부산현대미술관 건물은 초록물결로 뒤덮여 있었다. 건물 외벽이 풀잎과 화초들로 완전하게 에워싸 인 형국이었다. 건물을 감싼 화초는 장식품이 아니라 미술품이다. 작가는 프랑스의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 이미 전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작업을 시도해 온 그가 부산 을숙도에 들어와 그만의 ‘수직정원’을 또한번 시도한 것이다.

미술관이 그에게 작업을 의뢰한 이유는 따로 있다. 부산시는 앞서 수년 간 미술관 건축물 디자인에 대해 주민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아야 했다. 기대에 찼던 그 곳 주민들은 해외의 유명 미술관처럼 웅장하거나, 휘황찬란하거나, 세련된 외관의 건축물을 기대했다. 하지만 조감도에 이어 실제 완공된 건축물은 주민들의 기대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급기야 사각형의 ‘대형할인마트’와 무엇이 다르냐는 비난마저 일었다. 미술관은 이를 상쇄하기 위한 전략을 도모했고, 건축물에 초록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수직정원’을 긴급 해결책으로 처방했다.

▲ 소선 박대성 작가의 ‘제주천제연폭포’.

사실 시민들의 실망감이 완벽하게 해소된 건 아니다. ‘수직정원’에 대해서도 사계절 푸른 색을 띄는지, 어떤 종류의 화초들을 심었는지, 혹시나 본 건물을 훼손하는 건 아닌지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 이에 대해 패트릭 블랑 작가는 개관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지역 기온과 기후를 고려해 모두 175종의 식물을 선별했다.

이를 1300㎡ 넓이 콘크리트 벽에 안전하게 고정했고, 화초를 키우는데 필요한 수로와 배수시설까지 완벽하다. 미술관이 둥지를 튼 을숙도가 도심 속 생태계의 보고라는 점과도 맥이 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이름 그대로 동시대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각 층 전시장에는 사방공간을 활용한 거대 설치조각이나 영상미디어만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 솔거미술관 내 관람객.

‘미술관’하면 으레 떠올리기 마련인 평면그림은 찾아볼 수 없다. 1층 전시장에는 정혜련 작가의 ‘-1의 풍경’이 있다. LED 발광체가 실내공간을 휘젓고 있는듯하다. 은은한 곡선은 낙동강의 흐름을 의미한다.

옆 공간에는 전준호 작가의 커미션작품 ‘꽃밭명도’가 있다. 대형작품을 전시장으로 들이기위한 출입구는 전 작가의 설치작업으로 육중한 철문 대신 자연채광이 가능한 전자동 투명도어로 교체됐다.

2층 전시공간은 스위스 작가 지문(Zimoun)의 ‘사운드미니멀리즘’이 진행되고 있다. 천장에 매달린 나무막대 1400개가 빙빙 종이상자 속을 맴돌고 있다. 얇은 끈에 매달린 동전들이 바닥에서 불규칙한 동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바람소리 혹은 빗소리가 울려퍼진다. 작가는 관람객이 새로운 예술을 체험하길 기대하고 있다.

▲ 울산시립미술관 개관까지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미술을 사랑하는 애호가는 물론 설레임으로 미술관을 기다리는 시민들까지 새로운 문화공간에 대한 관심이 하루하루 부풀어간다. 부담없는 거리의 부산과 경주로 미술관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한다. 사진은 지난 16일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과 아름다운 전경의 경주솔거미술관.

◇경주솔거미술관

경주솔거미술관은 2008년 한국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 작가가 본인의 작품과 소장품을 기증하겠다고 밝히면서 건립이 추진됐다. 2012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 아평지 연못가에서 첫 삽을 뜨게 되었고 신라시대 화가 솔거(率居)의 이름을 따 ‘경주솔거미술관’으로 2015년 8월 문을 열었다.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지원해 천년고도 경주에 자리잡은 최초의 공립미술관이다.

▲ 어린이관람객과 함께하는 도슨트.

이 작업에 빈자(貧者)의 미학을 역설해 온 승효상 건축가가 참여했다. 2013년에 설계한 그의 건축디자인은 미술작품과 건축물의 조화를 배려한 구조였다.

▲ 홍영진 기자 문화부장

특히 제3전시실의 통 유리창이 압권이다. 미술관 안에서 밖을 본 관람객은 아평지를 비롯한 경주의 산과 들판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자연경관을 미술작품으로 인식한 미술관 건축의 백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솔거미술관에는 지금 박대성 작가의 신작과 소장품 100여 점을 보여주는 기획전이 진행되고 있다. 주제는 ‘수묵에서 모더니즘을 찾았다’. 지난 4월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박 작가의 ‘장백폭포’와 ‘일출봉’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요즘 솔거미술관을 찾는 방문객이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 2층 전시장의 ‘사운드미니멀리즘’전.

제1전시실에 들어서면 세로 4m, 가로 8m의 대작 ‘경주삼릉비경’과 ‘금강설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1996년작 ‘천년배산’은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할 정도다. 그의 작품은 전통 수묵과 담채를 구사하되 현대화단의 세계적 조류 곧 모더니즘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는 9월30일까지 이어진다. 문화부장 thinpizza@ksiblo.co.kr

▲ 스위스작가 지문(Zimoun)의 설치작품.

△울산시립미술관(예정)
-부지 6182㎡ 연면적 1만2400㎡ 지하3층·지상2층
△부산현대미술관
-부지 2만9900㎡ 연면적 1만5312㎡ 지하1층·지상3층
△경주솔거미술관
-부지 1만4880㎡ 연면적 1507㎡ 지하1층·지상2층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