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참패로 거취 불분명해진 정치인들
2년뒤 총선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을듯
현역의원들 생존법과 여론향방에 이목

▲ 김두수 정치부 서울취재본부장

2020년 4월총선 ‘울산전투’에서 누가 과연 생존할까? 가상결론이지만 6명의 금배지중 막판까지 생존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역은 1~2명 정도가 될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여기엔 자유한국당 유니폼을 입은 금배지는 생존 명단엔 없고 민주 또는 민중당 정도로 보인다. 이는 지방선거 결과 20년 집권 보수 한국당이 폭망한 상황에서 노동계의 심장부인 동·북구에서 진보 구청장이 입성함에따라 상대적으로 명맥상 유지 가능성이 높기 때문. 그렇다고 반드시 그런 등식이 성립되지는 않는다. 한국당의 재건이 추진되고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 지방권력이 앞으로 2년동안 어떤 과오가 나타나게 될지 속단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지역 한국당의 문제는 전혀 다른데 있다. 추락한 보수 한국당의 ‘정치낭인’이 넘쳐 난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위로부터 아래로 흐르는 종적 질서는 완전 무너졌다. 하루아침에 정치 낭인으로 뒷방에 갇혀만 있을 수 없는 전직 구청장과 지방의원들이 펄펄 살아있다. 연령대 역시 모두 50대 중후반 역동성이 한참 일할 나이다. 이들은 정치·행정적으로 전혀 퇴로가 없다. 그렇다고 곧바로 간판을 달면 민생고가 해결되는 CEO 또는 전문직 직군도 아니다. 이들이 갈대라곤 한길밖에 없다. 4년뒤 지방선거는 너무 멀다. 그렇다고 확실한 보장책도 없다. 정치적 주군의 지역구를 떠나 어디로든 튀어야 한다는 점에선 2년뒤 총선의 외길밖에 없다. 그동안 공천권을 행사한 국회의원과 구청장, 지방의원간 주종관계가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상대적으로 성질이 좋은 토끼를 비롯한 초식 동물세계에서도 먹이 감이 없으면 종국에선 서로 물고뜯게 된다. 정치적으로 물러설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갇히면 주군과도 맞붙게 되는 게 비정한 정치현실이다.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21대총선 ‘정치투어’를 해보면 먼저 울산의 보수심장부 중구의 경우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의 정갑윤 의원 지역구는 3선구청장 길목에서 추락한 50대의 박성민 구청장에다 시·구의원들이 즐비하다. 중구에서 내로라하는 이들은 7월1일부터는 출근할 곳이 없다. 어디로 갈까.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신의도 버리고 주군을 밟지는 않을 것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속내와 계산법은 완전 다를수도 있다. 중앙당 지도부의 과감한 인적청산의 칼날이 중구로 옮겨붙을땐 주군 역시 ‘물통 안에 든 개구리 신세’가 되기를 내심 기대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남구 갑·을은 어떠할까? 이채익 의원과 박맹우 의원 지역구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여기는 더해 시장선거에서 추락한 김기현 시장이 어떤 정치적 스탠스를 취하게 되느냐에 따라 가변성과 함께 복잡다양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김시장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시장낙선에 대한 책임론 등으로 논란이 가열 될 수도 있다. 민중당 대표 김종훈 의원의 지역구 동구는 민주당 정천석 구청장이 재입성에 성공함에 따라 한국당이 총선에서 중심부로 관통하기엔 상당한 난이도가 예상된다. 북구 역시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박대동 전 의원과 박천동 북구청장이 ‘골문앞’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선출직 고위인사들의 ‘예정된 스케줄’이 사실상 차단된 상황이다.

울주군의 정치투어는 매우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현역 4선중진 강길부 의원이 한국당의 침몰위기 벼랑끝에서 탈출함에 따라 4선에서 종지부를 찍으려다 오히려 5선가도를 질주할 가능성도 있다. 몰론 민주당의 공천잣대에 따라 가변성이 있겠지만, 영남권 가운데 보수층이 상대적으로 강한 울주군의 경우 선수가 높은 강의원을 원천 배제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지방선거에서 궤멸된 울산 한국당의 21대 총선 ‘시계제로’ 현주소. 현역 금배지들의 생존방식과 함께 고도의 정치기술, 그리고 출렁이는 여론추이에 이목이 쏠릴수밖에 없다.김두수 정치부 서울취재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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