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금관가야 이시품왕이 박지에게 말했다.

“하지왕이 다시 왕위를 찾은 것은 감축드리오. 헌데 우리 금관가야는 어인 일로 오신 것이오?”

“장수대왕은 우리 하지왕을 대가야뿐만 아니라 가야 22국의 맹주로 책봉하셨습니다. 그 사실을 알리려 온 것입니다.”

이시품왕이 놀라며 말했다.

“하지왕이 고구려로부터 가야연맹체의 맹주로 책봉받았다는 건 금시초문이오.”

“그건 고구려 공주 상희왕비와 혼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아까 망궐례를 올릴 때 아라가야의 수병장이 지휘하는 걸 보았습니다. 이제부터 이시품왕께선 아라가야의 안두루왕과 수병의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그게 정말 사실이오?”

“그렇습니다. 이제 아라가야의 지배에서 벗어나 우리 대가야 하지왕과 새로운 동맹을 맺어야 합니다.”

“동맹을 맺은 후 대가야도 우릴 간섭하려는 게 아니오?”

“우린 아라가야처럼 금관가야에 일절 주둔병을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대가야나 금관가야가 군사적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면 동맹국으로서 서로 돕는 것으로 족합니다.”

“헌데 우리가 동맹을 맺으면 과연 아라가야의 안두루왕이 놀면서 구경하고 있지 않을 것이오. 그게 걱정입니다.”

가야연맹체의 수장인 아라가야는 군사력과 경제력은 가야제국 중 으뜸이었다. 안두루왕은 고구려의 비호 하에 아라가야, 금관가야, 비화가야, 사물가야, 다라가야에 행정관을 파견하고 아라행소를 설치하여 지배하였으며, 금관가야에는 수병을 주둔시켜 아라가야의 직할령으로 삼았다. 만약 아라가야의 식민지에 불과한 금관가야가 독자적으로 대가야와 군사경제 동맹을 맺었다는 걸 성미 급한 안두루왕이 안다면 당장 이시품왕을 체포하거나 전쟁을 일으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박지가 안두루왕에게 말했다.

“우리 대가야군은 몇 달 안으로 반드시 안두루왕의 주둔군을 금관가야에서 물리치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안두루왕이 금관가야를 침략한다면 우리 대가야군이 함께 싸워 물리치겠습니다.”

김수로왕 이래로 가야연맹체의 맹주국이었던 금관가야로서는 아라가야 밑에 있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므로 이시품왕은 박지의 말에 솔깃했다.

“좋소이다. 대가야와 동맹을 맺겠소. 대신 한달 안으로 저 거만한 아라수병들을 내 눈앞에서 사라지게 해주시오.”

“알겠습니다, 마마.”

이시품왕과 하지왕은 그날로 군사동맹을 맺었다.

그 시각 대가야의 후누장군은 명림원지를 군사로 삼고 모추, 소마준을 장수로 삼아 대가야군을 이끌고 비화가야로 진격했다. 22개 국 가야일통의 정복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말 어원연구
놀다: 【S】lul(룰), 【E】play, a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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