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라기공원 흥행, 車수출과 비교돼
문화산업 경제성 인정받는 계기로
세계 경쟁력 가질 지역문화 육성을

▲ 홍종오 영화감독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시지회장

2018년 2월 영화진흥위원회는 ‘2017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영화는 점유율 52%로 외국영화 48%에 우위를 점했고,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7년 연속으로 시장점유율 과반을 지켜내는 성과를 이루어 냈다. 최근 ‘어벤져스’로 대변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의 대표적인 히어로 물 영화들의 공세속에서도 선전한 한국영화의 저변에는 1993년 ‘쥐라기 공원(감독 스티븐스필버그)’의 전세계적인 흥행으로 인해 촉발된 ‘쏘나타 효과(sonata effect)’의 영향이 컸다.

“쥐라기 공원 한편으로 벌어들인 돈이 현대 쏘나타 자동차 150만대를 수출한 효과와 맞먹는다”는 내용이었다. 영화의 흥행 수입을 쏘나타에 빗댄 수사는 정·재계에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바로 문화부 조직내 문화산업국의 설립으로 이어졌으며 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을 필두로 현대, 대우 등 굴지의 국내 대기업들이 각자 콘텐츠 관련 사업 부서를 만들고 음반, 영화, 비디오 등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1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설립은 경제 영역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문화가 산업의 영역으로 들어섬으로써 경제성을 인정받게 되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일이었다. 현재 출판, 방송, 음악, 영화 등 문화 산업 전 부문별로 확고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였고 이제 문화는 완전히 산업화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동안 진행되는 ‘한국독립영화인의 밤’ 행사에 김동호 당시 집행위원장이 행사에 참석하자 관계자가 축사를 요청했고 김동호 위원장은 이런 자리에 본인은 손님이라며 반대했지만 관계자의 끈질긴 요구에 딱 한마디 하고 내려왔다. “독립영화없이 한국영화 미래 없다.”

김동호 위원장의 축사처럼 지금의 한국영화 시장이 형성되기까지 수많은 독립영화 출신 감독들의 열정과 관계기관의 장기적인 영화 영상 정책이 있었고, 스크린쿼터라는 양분을 바탕으로 자생력을 기른 한국영화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도종환 시인(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시 ‘개울’에서 “개울은 제가 바다의 핏줄임을 모른다. 바다의 시작이요 맥박임을 모른다. 개울은 수천 수만의 바다 물고기를 자라게 하고 고래도 살게 하는 것이다”며 지역문화는 개울과 같은 의미를 지니며 그 개울이 없이는 바다도 없음을 일깨우고 있다. 지역 문화산업은 지역의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문화 공유 확대 등에 기여하고 설비나 대형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지역에 대한 마케팅 효과를 발휘해 관광 및 연관 산업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 제조업의 쇠퇴로 경제활동이 침체된 도시 지역에 활기를 부여하는 대체 산업 활동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역 문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정책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 정책의 지속성을 위해 문화예술교육 지원을 강화하여야 한다.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삶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을 비전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 5개년 종합계획(2018~2022)’을 발표했다. 지난 2015년 5월 ‘문화예술교육지원법’ 개정 이후 처음 수립하는 법정 계획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지속 성장과 질적 제고를 위해 중앙·지역 역할을 재정립, 지역·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으로 지역 내 문화예술 인프라를 구축해 자생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이다. 울산도 지역 거점의 경쟁력있는 문화예술교육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게 뒷받침되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 당장 가시적 성과에 연연하다 보면 지역문화예술은 쇠퇴할 수밖에 없고 그 후유증은 지역경제의 어려움과 인구 감소로 연결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역문화 정책은 외형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경쟁력 있는 지역 콘텐츠에 더 투자할 때이다. 영화가 스크린쿼터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왔듯이 지역 문화예술계도 자생력을 키울 때까지 관계 기관의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며 ‘개울이 곧 바다의 출발이며 완성임’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홍종오 영화감독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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