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후누 장군이 이끄는 대가야군은 검바람재를 넘어 질풍노도처럼 비화가야의 국읍 비사벌성으로 내달았다. 비화가야의 한기 건길지는 대가야군과 맞서 싸우려고 군장령인 강고내를 장수로 삼고 대군을 이끌고 나왔다.

후누 장군이 건길지에게 소리쳤다.

“역적 건길지야. 네 놈은 대가야 회령대왕의 은택을 입고도 그 아들인 하지대왕을 쫓아내고 신라에 붙었더냐. 지난날은 용서할 테니, 지금 당장 항복하고 우리군의 가야일통 정복전쟁에 동참하라.”

백마를 탄 군장령 강고내가 대답했다.

“X까는 소리 하지 마라. 네 놈들이야말로 우리 가야를 멸망시키려던 고구려에 일찍부터 빌붙지 않았더냐.”

후누 장군이 말했다.

“네 놈의 목은 우리 모추 장수가 따낼 것이다.”

후누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모추가 백련강검을 빼들고 가라말에 박차를 가하며 달렸다.

모추가 강고내를 향해 소리쳤다.

“네 이놈, 강고내야. 우리가 이곳에 몸을 의탁하러 왔을 때 네 놈이 겉으론 환대하고 뒤로는 간악한 계략을 꾸며 하지왕과 우리를 죽이려고 한 것을 알고 있다. 네 놈의 더러운 은혜를 오늘 갚아주마!”

“잔말 말고 덤벼라!”

모추가 말을 달리며 칼로 내리치자 강고내가 철퇴를 휘두르며 칼날을 막았다. 모추가 잇달아 칼로 강고내의 목을 겨누며 찔렀다. 강고내가 슬쩍 피하며 철퇴를 휘둘러 모추의 어깨를 내리찍었다. 철퇴가 모추의 어깨에 걸친 미늘 견갑을 스쳤지만 정확하게 타격하지는 못했다. 둘은 서로 소리를 지르며 무려 십 합을 겨루었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모추의 검은 가야산 밑 야로마을 쇠둑부리에서 나온 생철을 단야 대장간에서 백 번을 벼린 대가야검이었다. 칼과 철퇴가 부딪혀 챙챙 소리가 날 때마다 제 아무리 백련강검이라도 칼날이 무거운 철퇴를 당하지 못하고 휘어지며 뒤로 밀렸다.

하지만 모추는 대가야 군에서 무예가 가장 출중한 하지왕의 호위무사 출신이었다. 백제군과의 두 차례 전쟁에서 적들을 수십 명이나 해치운 역전의 용사였다. 그의 검력과 검술에 웬만한 놈이라도 삼합에 떨어져 나갔다.

모추가 말에서 몸을 날려 백련강검으로 강고의 목을 치자 철퇴의 쇠줄이 끊어지고 강고내의 목도 뎅겅 날아가 버렸다. 강고내의 수급이 비화 벌판에서 뎅구르르 굴렀다.

그러자 사기가 오른 대가야군이 일제히 흙먼지를 일으키며 비사벌성으로 쳐들어갔다. 건길지는 미처 성문에 도착하기 전에 명림원지가 변복시켜 적에 침투시킨 소마준에 의해 목이 달아났다.

후누 장군과 명림원지의 첫 전투는 싱겁게 끝이 났다. 대가야군은 비사벌성에 들어가지도 않고 곧바로 아라가야로 향했다.

 

우리말 어원연구

비사벌: 비사벌은 창녕군의 옛이름이다. 비사벌은 불사국으로 바뀌고 다시 비화가야로 확대되었다. 참고로 비사벌은 백제시대 전주의 옛이름이기도 하다.

(본보 소설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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