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물을 먹는 울산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낙동강에서 과불화화합물이 다량 검출됐기 때문이다. 행정당국은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올들어 비가 몇차례 내리면서 낙동강 의존도가 낮아졌지만 낙동강물은 변함없이 울산의 식수원이다. 지난 한해는 식수 전량을 낙동강물로 대체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의 수위를 낮춘 후 심각한 가뭄을 겪으면서 취수가 불가능해진 탓이다.

대구시의 움직임은 민첩하다. 맑은 물 확보, 대구공항 통합이전, 시청 신청사 건립 등 당면한 3대 현안 해결을 위해 분야별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 97명으로 구성된 대구미래비전2030위원회는 맑은 물 확보를 위한 ‘취수원 낙동강 상류 이전’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과제로 부각시켰다. 대구는 과거 낙동강 페놀 사태 등으로 식수 대란을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낙동강 과불화화합물 검출’에 발빠르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민들의 발빠른 대처에 울산도 관심을 기울이고 논의를 함께 시작해야 한다. 대구의 ‘취수원 낙동강 상류 이전’은 ‘울산권 맑은물 공급’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구가 취수원을 낙동강 상류인 구미 해평취수장로 이전하게 되면 현재 대구의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운문댐은 지난해 가뭄에 바닥을 드러낸 바 있다. 설사 대구의 취수원 이전이 성사된다고 해도 운문댐 물을 얻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인은 맑은 물 공급 및 반구대 암각화 보존의 방안으로 운문댐이 아닌 경북의 안동댐, 영천댐, 임하댐 등의 물을 끌어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들 지역의 물이 300만명이 먹을 수 있는 양만큼 남아돈다는 것이 이유다. 후보 시절 현 정부와 어떤 교감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쉽지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다른 지역의 물을 공급받는 것은 그 지역민들의 동의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울산의 맑은 물 공급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연계돼 있다. 지난 십수년동안 해법을 모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채 원점으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세차게 몰아부치다가 용두사미가 되곤 했다. 송철호 당선인은 공약으로도 제시했을 뿐 아니라 물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됐을 때도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울산권 맑은 물 공급의 청신호라는 기대감을 공개적으로 나타냈다. 가장 어려운 과제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게 된 송 당선인이 울산시장 취임과 동시에 역량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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