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교수·수학과

스티브 잡스를 있게 한 것은 ‘토이스토리’라는 만화영화였다고 한다. 백 프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이 만화영화는 제작비의 열배에 달하는 수입을 거두었다.

만화 영화는 사람의 눈에 잔상이 10분의1초 지속되는 것을 이용하여 종이 위에 연속 동작의 그림을 1초에 10장 이상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캐릭터들의 동작이 아주 부드러운 월트디즈니사는 1초에 24장의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1990년대에는 미국 만화영화의 하청이 우리나라의 외화 수입원이었다.

‘토이스토리’는 흥행의 성공 외에도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시 작은 그림을 확대하면 해상도가 떨어져 선(線)이 끊어지거나 매끄럽지 않은 ‘계단 현상’이 나타났다. 이 문제를 수학자들이 해결을 한 것이다. 수학자들은 작가들의 그림을 잘게 나누어 함수로 표현하였다. 미분으로 움직임의 변화량을 알 수 있으므로, 그 함수들을 미분하여 그림을 확대하였을 때 선이 끊어지는 계단 현상을 제거했다. 같은 그림을 크기에 따라 그리지 않고, 수학공식으로 그림을 늘였다 줄였다 하므로 제작비나 제작시간에 많은 이익이 있었다고 한다.

컴퓨터그래픽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물이나 불같이 정형이 없는 대상이다. 디즈니가 만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에는 엄청난 파도가 배를 덮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장면이다. 점성이 있는 유체의 운동을 분석하는 미분 방정식인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을 컴퓨터 그래픽에 적용, 파도가 치고 물방울이 튀는 장면을 사실 같이 묘사해냈다. 이를 성공한 스탠퍼드 대학의 론 페드큐 교수는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받았다. ‘나비어-스톡스 방정식’는 수학의 밀레니엄 문제로 그 해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컴퓨터의 발달로 근사 해를 구하여 컴퓨터 그래픽에 적용하므로 꿈만 꾸어 왔던 것을 스크린에 재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경영 분쟁으로 애플을 떠나 재기를 꿈꾸던 스티브 잡스가 픽사를 인수하면서 수학자를 대거 채용하였는데, 한 수 앞을 보는 사람인가 보다. 장선영 울산대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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