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경술 울산시 창조경제본부장

오늘은 제12회 울산 조선해양의 날이다. 조선해양인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시민 모두와 함께 자축해야할 축제의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의 조선업 위기로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세계 1위를 자부하던 울산의 조선업이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주감소로 도크 가동이 중단되는 등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작업물량 부족에 따른 유휴인력의 구조조정으로 고용사정이 악화되면서 인구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특히 동구지역은 음식점 등 생계형 자영업의 폐업 증가, 부동산 경기위축, 상가 공동화 등 불황의 그늘이 경제전반에 미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시는 조선산업 위기대응 10대 종합지원대책 추진과 함께 노사간담회를 통한 애로사항 해소, 고용안정과 경기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정부도 산업·기업구조조정 추진계획, 조선밀집지역 경제활성화 방안 및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고용위기지역 지정 지원방안 등을 비롯해 지난 5월29일에는 울산 동구를 포함한 전국의 5개 지역을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정, 지역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융자, 수출지원, 퇴직자 재취업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조선산업 패러다임은 친환경, 자율운항, 생산 자동화로 빠르게 전환중이고, 경쟁국은 M&A 등을 통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양환경생태계 교란을 막기위해 2019년부터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2020년부터는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 선박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해상 e-내비게이션 도입도 추진하고 있어 친환경안전 선박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예상된다. 이달초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세계조선해양기자재 전시회 ‘2018 포시도니아’에서도 LNG선박 및 자율운항선박 관련 모형, 친환경선박, 스마트십이 대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혹자들은 조선업 위기를 ‘말뫼의 눈물’로 희화화 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말뫼의 사례에서 말뫼의 눈물이 아니라 ‘말뫼의 기적’을 배워야 한다. 말뫼 사람들은 코쿰스크레인이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팔려 말뫼를 떠나갈 때 눈물을 흘렸지만 좌절하지 않고 새롭게 시작하여 말뫼의 기적을 일궜다. 스웨덴 말뫼와 덴마크 코펜하겐을 잇는 7.8㎞의 외래순 대교를 건설하여 실업자를 구제하고 외래순 클러스터를 조성하여 해상풍력발전소, 쓰레기 재활용 등 친환경에너지, 제약벨트 등으로 산업구조를 바꿨다. 말뫼 경제회복의 상징인 터닝토르소는 말뫼의 랜드마크가 되었고 기존 조선산업단지에는 빌딩과 신생기업체로 채워졌다.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이 2년 이상 거주하면 영주권 획득조건을 주는 등 인구정책도 함께 추진하면서 세계의 인재들을 말뫼와 인근의 룬드 지역으로 유입시켜 현재는 조선업 호황기보다 인구가 40만명이나 늘고 인구의 절반이 35세 미만일 만큼 활기찬 도시로 변화했다.

우리도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세계 추세에 맞게 지역 조선산업 생태계를 친환경 스마트선박 기술로 고도화하고 관련 중소기업을 육성해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시에서는 새롭게 변화하는 세계 조선시장의 기술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비롯한 지역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해 ICT융합 스마트선박 실증사업 기획연구와 개념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스마트선박 상용화를 위해 지역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핵심기술과 조선해양플랜트산업의 유사성을 활용하여 해상풍력 발전기 제작 및 단지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선업의 업종전환 및 사업다각화를 지원하고, 조선해양플랜트 일감부족으로 발생된 유휴인력을 흡수, 그들의 고급기술을 활용해 울산의 대체 주력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울산은 대한민국의 산업수도로서 지난 50년간 국가산업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 모래사장에서 세계적인 산업을 일궈온 저력이 있다. 비록 지금은 어렵지만 노사와 지역사회가 한마음이 되어 산학연관이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혁신을 이룩한다면 충분히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다. 조선해양인 모든 가족들과 시민여러분의 성원을 기대해 본다.

전경술 울산시 창조경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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