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아라가야왕 안두루는 대가야의 박지를 보고 의아해했다.

“박지 집사. 하지에게 잡혀 죽은 것으로 소문이 났는데 어떻게 살아서 여기를 왔소?”

제국회의 대표들도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여서 박지를 보고 크게 술렁거렸다.

“난 대가야의 교신지로서 하지왕의 명을 받고 이 제국회의에 대표로 참석한 것입니다.”

“아니, 당신이 정변을 일으켜 하지를 쫓아내었는데 하지가 살려주는 것도 모자라 관작까지 주었단 말이오?”

“그렇소이다. 난 대가야에서 하지대왕을 축출하고 내 아들 구야를 왕으로 세운 자요. 하지만 하지대왕은 젊은 청년이지만 그 덕성은 하해와 같고, 그 품성은 하늘 같이 높아서 비록 적이라도 인재라면 등용을 하는 분입니다.”

안두루가 음흉하게 웃으며 박지에게 말했다.

“네 놈이 간악하고 노회한 것은 온 가야인들이 알고 있다. 또 무슨 야료를 부렸기에 목숨을 구걸해 그의 개가 되어 짖으러 왔는가. 여봐랏, 대가야 역적 박지를 당장 체포하라!”

아라가야의 수병이 역적 박지를 체포하려했다.

하지만 박지는 믿는 바가 있어 소매를 크게 떨치고 염소수염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제국회의에 참석하신 여러분, 지나가는 개가 짖어도 까닭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목숨을 걸고 이 자리에 온 이유를 들어보지 않겠습니까?”

은밀히 대가야와 동맹을 맺은 금관가야의 이시품왕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죽일 때 죽이더라도 지금은 박지 대표의 말을 들어보는 것에 찬성합니다.”

제국회의에 참석한 대표들도 찬성을 표했으나 안두루왕만은 계속해서 체포를 명했다.

그때 바깥에서 큰 함성 소리가 터졌다. 약속된 시간에 후누 장군과 명림원지가 대가야군병들이 아라궁으로 쳐들어와 대명전과 맹회루를 점령한 것이다.

“하지대왕 만세!”

“대가야 만세!”

하지왕과 후누 장군, 명림원지가 맹회루로 올라왔다. 안두루왕이 소집한 제국회의는 순식간에 하지왕의 제국회의로 바뀌었다.

박지가 도망가려는 대표들을 안심시킨 후 하지왕을 제국회의에 소개했다.

“자, 이 분이 바로 우리 대가야제국의 대왕 하지왕이십니다. 하지대왕은 가야의 중심인 비화가야와 아라가야를 점령하고 여러분을 맞이하러 이곳으로 왔습니다. 이제부터 22가야연맹의 맹주인 하지대왕을 우리의 대왕으로 받듭시다. 하지대왕 만세!”

박지가 선창을 하자 상황이 바뀐 것을 안 열두 가야의 대표들도 덩달아 손을 들고 소리쳤다. 안두루왕도 하릴없이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하지대왕 만세!”

하지왕은 제국회의 대표들에게 무겁게 첫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우리 가야에는 폭정과 전쟁이 없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맹회루 위로 거대한 수리매 한 마리가 두 날개를 펼치고 시원한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고 있었다.

우리말 어원연구

시원하다: 【S】syaina(시아이나), 【E】cool.

(본보 소설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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