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부회장, 손경식 회장에 공개질의서…해임 의결 앞두고 정면돌파 의지

송영중 상임부회장의 거취 논란으로 시작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내홍이 김영배 전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확대되면서 경총이 몸살을 앓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경총은 오는 3일 이사회와 임시총회를 잇따라 열고 송 부회장의 해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송 부회장이 손경식 경총 회장으로부터 ‘직무정지’라는 사실상의 불신임 처분을 받은 상황이라 임시총회에서 송 부회장의 해임 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김영배 전 경총 상임부회장 시절 경총이 일부 사업수입을 유용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를 임직원 특별상여금(격려금)으로 지급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다.

경총은 실제 2004년 이후 일부 사업수입을 이사회나 총회 등에 보고하지 않고 별도로 관리하면서 이 중 일부를 임직원 격려금 지급에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경총은 “사무국 직원들에게 다른 경제단체 수준의 연봉을 지급하기가 어려워 매년 우수 인력의 이탈과 사기 저하가 고질적인 문제였다”며 “이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일반회계, 용역사업, 기업안전보건위원회 회계에서 일정 부분을 분담해 연간 월 급여의 200∼300% 내외의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전 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비자금 조성 의혹은 부인했다. 상여금 지급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을 비자금 조성으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경총의 격려금 지급 관행을 문제 삼은 인물이 4월 새로 취임한 송 부회장이다. 송 부회장은 새로 부임한 뒤 이 같은 회계 처리 관행이 투명하지 않다며 손 회장에게 이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감사팀장을 임명해 이 사안에 대해 감사도 벌였다.

다만 경총은 “송 부회장이 임명한 내부 감사팀장의 감사 결과에서도 특별상여금 지급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그 방식을 더 합리적으로 개선하도록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재계에서는 이번 비자금 의혹 제기의 출처가 송 부회장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좀 더 크게 보면 송 부회장의 이 같은 개혁·변화 시도가 기존 경총 사무국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면서 송 부회장에게 거취 논란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송 부회장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와 노선을 같이 했다는 비판, 재택근무 등이 송 부회장 거취 논란의 발단이 됐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총 사무국 운영 과정에서 빚어진 기존 직원들과의 마찰이 송 부회장에 대한 직무정지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송 부회장은 이날 경총의 수장인 손 회장 앞으로 그의 경총 운영 행보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송 부회장은 질의서에서 “회장께서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다수의 경총 회원사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국회 처리에 동의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 “경총 사무국의 비민주적 운영을 왜 지금도 두둔하고 있느냐”, “경총 사무국 회계 처리의 불투명성에는 왜 귀를 막고 있느냐”, “손 회장께서 조직의 파행적 운영(송 부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 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고 날을 세웠다.

송 부회장은 그러면서 “(질의서는) 객관적 진실을 회원사들과 공유해 경총이 새롭게 탄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충정에서 비롯됐음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송 부회장이 자신의 해임을 결정할 총회를 앞두고 회원사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파격 승부수를 던져 현재 상황을 정면 돌파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런 점들 때문에 3일 열릴 경총 임시총회에서 송 부회장이 재신임을 받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총 회원사 중에는 현재의 경총 사무국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류도 있다”며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송 부회장을 통해 사무국의 변혁을 꾀하려는 회원사들의 표심이 결집해 송 부회장을 재신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총은 또 3일 임시총회에서 이번에 논란이 된 상여금 지급 관행과 그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보고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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