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 깊이있게 접할 기회

직장인들마다 올 여름 휴가지와 일정을 고민하고 있다. 어쩌면 이미 모든 결정을 내린 뒤 훌쩍 떠날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단편적인 안내책자 말고 그 곳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는 에세이를 한권쯤 읽어보자. 수박 겉 핥기 식으로 훑는 관광만으로는 한 도시를 여행했다고 말할 수 없다. 어느 도시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있게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그 도시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 일본의 역사와 문화, 일본인의 삶을 담아낸 ‘세계를 읽다, 일본’

◇세계를 읽다, 일본/가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역사와 문화, 일본인의 삶에 대해 타자적 시선으로 마주하게 해 준다. ‘고요함과 혼잡함, 광기와 평화가 마치 서로의 존재를 무시하듯 공존하는 오아시스’라는 책 속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일본에 도착한 세계인들은 이전에 가졌던 어떤 고정관념과도 다른 모습들을 대면하며 이 나라에 대해 배워간다. 저자 라이나 옹은 풍부한 사적 경험담을 통해 어디서나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해 행동하는 일본인의 습성, 이 나라의 매혹적인 미식 문화와 함께 정통 이자카야에서 메뉴를 고르는 법까지 알려준다.
 

▲ 서경식 작가가 30년 만에 전하는 이탈리아 ‘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

◇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반비

카라바조, 단테, 미켈란젤로 등 이탈리아의 여러 작가와 예술가를 소개하는 글을 수차례 써 온 서경식 작가가 <나의 서양 미술 순례> 이후 30년 만에 인문학의 고향 이탈리아를 다시 찾았다. 2014~2017년 로마, 페라라, 볼로냐, 밀라노 등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거닐며 사유한 바를 특유의 문체로 기록했다. 20~30년 사이에 달라진 세계를 보며 ‘세상과 인간은 조금도 나아진 바 없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늙음’에 대해 사유한다. 풍부한 참고 사진과 도판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탈리아의 다채로운 모습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 열두가지 주제로 파리의 모든 것을 담아내다 ‘파리의 열두 풍경’

◇파리의 열두 풍경/책과함께

열두 가지 주제로 파리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 저자는 십대 시절부터 파리에 거주해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국내에서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조홍식 교수다. 역사와 예술, 생활문화와 정치를 망라하여 대표적인 이미지에 가려 평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심지어 은폐되어 있는 파리의 특징들을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을 통해 다양성이라는 파리의 매력을 새로운 시선으로 소개하고, 파리지앵이 되는 기분을 안겨준다.
 

▲ 왕천(王晨) 작가가 그림펜으로 그린 350여점의 작품 ‘펜으로 그린 베이징’

◇펜으로 그린 베이징/이담북스

왕천(王晨) 작가가 섬세한 필체로 그려낸 350여 점 그림이 수록돼 있다. 고성(古城)을 비롯한 유적에서부터 후퉁(胡同)이라 불리는 골목,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포들, 아름다운 풍정과 눈부신 발전을 보여주는 신도시의 건축물들까지 작가가 직접 골목을 거닐며 바라본 베이징의 곳곳을 펜으로 세밀하게 그려냈다. 특히 지금은 사라지거나 잊힌 곳, 이름만 남은 유적, 아픈 역사를 감내한 채 현재까지 남아 있는 고(古)건축물, 도시 곳곳에 세워진 갖가지 현대적 건물들을 통해 베이징 사람들의 삶이 녹아든 일상을 쉽게 만날 수 있다.

▲ 자유기고가 베티나 빈터펠트가 뉴욕을 사랑했던 인물들을 재조명 ‘그들을 만나러 간다, 뉴욕’

◇그들을 만나러 간다, 뉴욕/터치아트

자유기고가인 베티나 빈터펠트가 뉴욕을 사랑했던 인물들을 조명하고 있다. 개인의 삶을 추적한 책이지만 한 권을 다 읽고나면 뉴욕의 도시역사를 어렴풋이 알게된다. 뉴욕의 원래 이름은 뉴암스테르담이었다. 400여년 전 인디언의 길 브로드웨이에 소도시를 건설했던 외다리 네덜란드인 피터르 스타위버산트가 그 주인공이다. 이밖에도 재즈의 전설 루이 암스트롱, ‘랩소디 인 블루’의 조지 거슈윈, 뉴욕을 스크린에 담아낸 우디 앨런,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까지 만날 수 있다.

홍영진기자 thio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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