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우리말 음악은 영어에서는 music이다. music은 원래 그리스어가 어원이며 라틴어를 거쳐 영어가 된 단어이다. 그리스어 무시케(musike)는 무사(musa)들이 맡아 운영하는 기예(技藝)라는 뜻이다. 무사(무사이-무사의複數)는 그리스신화의 주신(主神)인 제우스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에게 낳게 한 9명의 여신이다. 시신(詩神) 또는 시의 여신으로 번역되며 각기 서사시, 서정시, 비극, 희극, 무용, 역사, 천문 등 폭넓은 일을 맡아보았다. 특히 역사나 천문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무시케가 시간이나 운동과 깊은 관계를 지닌 인간 활동의 총체를 나타내기 때문이며 역사나 천문도 그와 같은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운동과 음악은 나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연관성이 있다. 특히 요즘 러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 종목인 축구와 음악은 정말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음악가가 듣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려면 악보를 보고 정확하게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부분을 수없이 반복 연습해서 정확하게 익히게 되면 그 다음엔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게 된다. 빠르게도 연주하고 느리게도 연주하며, 점점 빠르게 혹은 반대로 점점 느리게 연주하기도 한다. 또 강하게도 하고 약하게도 하며, 갑자기 강하게 하기도 하고 갑자기 여리게도 한다. 점점 강하거나 점점 약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듯 연주자가 악보에서 보고 느낀 감정을 리듬감 있게 표현하면 그때야 비로소 관객이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6강 진출을 하지 못해 이미 귀국했지만 여전히 월드컵에 대한 축구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요즘 잘 나가는 외국축구팀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공을 빨리도 차고 천천히도 찬다. 또 공에 맞기라도 하면 사람이 쓰러질 정도로 강하게 차기도 하고 약하게 차기도 한다. 점점 더 빨리 차기도, 점점 더 느려지며 차기도 한다.

이렇듯 축구에는 음악의 표현법과 비슷한 리듬감이 있다. 때론 감동적인 음악의 표현법과 너무 닮은 경기를 보게 될 때도 많다. 리듬감이 몸에 배여 있는 음악가는 어떤 운동이든 잘 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이유다. 세계적인 운동선수들 중 음악을 좋아하거나 음악적 율동감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아예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는 종목도 있으니 말이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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