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광춘 동의과학대 교수·전 이수화학 상무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의 은퇴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약720만명 중 약514만명 정도 마무리 되고, 3년 뒤인 2023년에는 공무원의 약30%도 은퇴한다. 베이비부머 의 특징은 3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정치사회적 영향력이 큰 세대, 샌드위치세대, 고령화시대에 직면하여 노후 준비를 스스로해야하는 첫 세대다. 베이비부머의 대표 주자로 거론되는 58년 개띠가 그 특징을 잘말해주고 있다.

1953년 휴전후 국가는 정상화 노력으로1958년에 어느정도 바르게 섰고, 출산인구는 눈에 띄게 증가하여 연간 90만명을 돌파했다. 고교에 진학하던 1974년에 평준화가 실시됐고, 정치적으로는 1970년대초 유신정권이 수립되어 1979년에 몰락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1997년 40대에 접어들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던 시기에 IMF를 맞아 국가를 다시 세워야 하는 고통을 떠안아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는 더좋은 위치로 올라가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구석진 곳으로 매몰차게 퇴출되는 슬픔을 겪어야했다. 또한 58년개띠들의 은퇴는 곧 우리사회에서 베이비부머의 본격적 은퇴를 의미하고 그 수는 이후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그리고 샌드위치세대로 유교사상이 몸에 베어있어 부모님을 끝까지 모셔야 한다는 생각과 자식은 교육시키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집까지 마련하여 결혼후에도 계속 보살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동시에 갖고 있다.하지만 자녀 세대들은 부모를 봉양한다는 생각이 점점 옅어지고 있어 자신들의 노후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베이비부머에게 이런 고난과 비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전까지는 비정규직을 경험하지 않았고, 금리가 높아 열심히 저축하면 아파트 한채정도는 스스로 장만할 수 있었다. 또한 어지간한 직장에 들어가 월급받고 사는 게 공무원이나 교사로 사는 것보다 조금 더 풍요로웠던 시절이기에 “할거 없으면 공무원 하지 뭐”라는 말을 한번쯤은 했던 추억을 가지고 있는 마지막 세대일 것이다.

그 시절 대부분은 직장이라는 배에 똑같이 ‘꿈’이라는 짐을 갖고 탑승했다. 하지만 그 배는 피라미드같이 생겨 새로운 탑승자가 오르면 먼저 탄 사람은 자연스레 한사람씩 배밖으로 떨어져 나간다. 이들은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등이라 불리는퇴출자가 되기도 하고, 일부는 정년을 채우고 은퇴하는 고귀한 사람이 되기도 했다.

격변기를 살아온 베이비부머들은 다가오는 인생 2막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하버드대 중년의 삶 연구가인 윌리엄새들러는“퇴직은 reTirement의 T를 F로 바꾼 reFirement로서 인생의 불꽃을 다시 피워 은퇴후 30년을 다시 살리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우리는 두 번째 인생에서 또 다른 보람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 2모작은 돈보다는 행복지수가 높은 일을하고,몸을 조금 더 움직여 봉사하면서 인생의 참맛을 깨닫고 성공의 크기도 내가 필요한 만큼만하라고 권한다

“과거 5백만원 수입이 지금 2백만원이라면 나의 성공은 작아진건가? 나는 여전히 5백만원 가치의 일을 하고 있지만 이제3백만원어치는 봉사를 하고 내게 필요한 2백만원만 가지고 간다면 나는 과거와 똑같은 성공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법륜스님께서 ‘잘 물든 단풍은 꽃잎보다 아름답다’는 주제로 즐겁게 사는 법에 대해 말씀하셨다. 거만하지 않고겸손하게,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감사하며 살고, 70세가 되면 60세가 좋은줄 알듯이, 그때가 좋은 줄을 안다면 바로 지금이 제일 좋은 시간임을 알아야 한다고.

퇴직은 버스를 타고가다 종착역에 도착한 것과 같다. 더 가려면 스스로 운전석에 앉아야 한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남의 눈치 안 보고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스스로 운전하여 인생 후반을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좁은 철로 다리 위 난간에 서있는 듯하다. 미래는 우리를 향해 고속 열차처럼 달려와서 어느새 과거 속으로 사라져 가지만 우리는 현재에 서있으면서 미래가 지나가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인생에서 완벽한 타이밍은 맞출 수 없다. 그것은 지나가는 시간을 볼 수 없고 그리고 결과는 즉시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최고의 타이밍은 항상 지나고 나서야 그때가 최고였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내일이 올 때까지 환희와 기쁨을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행복해지자.

지금 당장 운전석에 앉아 우리 인생 2막은 스스로 운전해 나가자.

고광춘 동의과학대 교수·전 이수화학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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