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를 시작하는 시점에 본보는 고헌 박상진 의사에 대한 선양사업이 미흡하다는 기획기사를 실었다. 고헌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다각적인 선양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수십년 전부터 계속돼왔으며 그 결과 고헌 선양사업은 꽤나 진척이 있었다. 그럼에도 고헌의 서훈 등급(3등급 독립장)이 낮아 국가차원에서 고헌이 저평가돼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이번 기획기사는 광복절을 앞두고 새삼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송철호 시장은 9일 주간업무보고에서 “도시정체성 확립을 위해 박상진 의사와 같은 울산의 인물을 부각시킨 문화·교육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고 했다. 고헌 뿐 아니라 울산의 인물을 찾아서 기리는 사업이 필요하다는 송시장의 인식이 현실화되면 도시 정체성 확보와 품격 향상은 물론이고 문화적 풍요로움과 교육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고헌에 대한 울산지역 사회의 추모사업은 오래전부터 민관에 걸쳐 다채롭게 이뤄졌다. 1960년 고헌 박상진의사추모사업추진위원회가 발족돼 추모비를 세운데 이어 울산JC가 동상을 건립하고 매년 추모행사도 가져왔다. 기념사업은 2005년부터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해 생가를 복원했고 2007년에는 홍보전시실도 마련했다. 또 몇해전부터 고헌의 일대기를 담은 오페라도 만들어 공연했다. 현재 공사중인 송정택지개발지구에는 고헌을 기리는 역사공원이 예정돼 있고 새단장한 송정못을 송정박상진호수공원이라고 붙이기도 했다.

이렇듯 고헌에 대한 추모사업이 꽤나 다채롭게 이뤄졌으나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정부의 인식부족 때문이다. 고헌은 우리 국민들이 익히 알고 있는 독립운동의 대표적 인물 김좌진 장군과 함께 대한광복회를 조직해 총사령관을 지낸 인물로서 우리나라 최초의 법조인이라는 지위도 버리고 전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치고는 1921년 38세의 젊은 나이로 일제에 의해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일제강점기 온몸으로 나라를 지켜려 한 애국심의 표본이다.

고헌 외에도 울산에는 많은 인물들이 있다. 한글을 통해 민족정신을 가르쳤던 외솔 최현배, 우리 외교를 빛낸 조선통신사 충숙공 이예를 비롯해 민속학의 태두 석남 송석하, 갯마을의 작가 오영수, 봄편지의 작가 서덕출 등도 걸출한 인물로 꼽힌다. 울산 출신은 아니지만 오늘의 울산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인물로는 현대그룹의 정주영과 SK그룹의 최종현도 있다. 생존 인물이 아닌 작고한 사람들 중에서만 가려내도 그 정신을 본받아야 할 인물들이 적지 않다. 도로와 건물, 공원 등에 그들의 이름을 붙이거나 문화상품을 만드는 등 업적을 기리는 작업이 더 활발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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