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란 굳세고 늠름한 것, 두려워하지 않은 정신, 위험 앞에서도 꿋꿋하게 굽히지 않음, 어렵고 무서운 가운데서도 행해야 할 바를 행하는 것, 포기하거나 그만 두고 싶을 때에도 과감히 나서는 것, 결단을 내리거나 결심을 할 때에도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얼마 전 지하철 안에서 겪었던 부끄러운 일을 고백하고자 한다. 지하철을 타면 중간중간 좋은 제품이라며 판매를 하는 사람이나 형편이 어렵다고 구걸을 하는 여러 사람을 만나곤 한다.  이날은 18세쯤 되어 보이는 학생모습의 청소년이 구걸을 하기 위해 승객들의 무릎 위에 편지를 한 장씩 돌렸다. 편지에는 자신을 고등학교 2학년의 학생이었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시장에서 장사를 하다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것. 병원비로 전세보증금도 거의 썼고 동생과 함께 살아가기가 너무 힘든다는 것. 그래서 어머님 병원비를 도와달라는 것과 돈을 벌 수 있도록 일자리를 주선해 주면 열심히 일하겠노라며 병원이름이며 집 주소를 적어 두었다.  편지를 읽고 나니 안됐다는 마음에 감동이 왔다. 그러나 감동은 잠시. 어떤 왕초가있어서 거짓말로 구걸한다는 이야기들이 떠올라 의심의 눈빛으로 그 아이를 자세히 쳐다보았다. 눈이 무척 맑아 보였지만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도와주어야 하나?", "아니야, 그렇게 하다 보면 타성이 생겨서 계속 구걸할지도 몰라, 그리고 거짓말일지도 모르지", "아니야, 우리가 조금씩 도우면 희망을 가지고 아이가 힘을 낼 거야", "그냥 지나쳐, 자주 만나는 일들 중의 하난데... 다른 사람들이 주면 나도 주자", "괜히 혼자만 돈을 주면 이상한 사람처럼 날 쳐다보지 않을까" 이리저리 혼자 생각하는 사이 내릴 정거장이 되었다."어떻게 해야하나" 모르겠다. 그냥 내리자"  다른 사람을 의식해 용기를 내지 못했다. 지하철을 빠져 나오면서 큰 일에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이런 작은 일에도 용기가 필요했음을 느끼며 부끄러웠다. 그리곤 "우리 중 가장 용기 있는 사람마저도 자신이 아는 것을 행동에 옮기는 용기는 거의 가지고 있지 못하다"라는 니체의 말로 내 용기 없었음을 위로했다. 용기는 가슴의 덕이라고 한다. 머리로 생각하기보다는 가슴으로부터 느껴야 발휘할 수 있는 힘이기에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2001년 21세기의 막이 올랐다. 새로운 세기를 여는 첫 무대에서부터 아주 작은 것이지만, 남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부끄러움에 혼자 쓴웃음을 지었다. 삶이라는 무대는 리허설이 없다. 중단할 수도 없이 진행되는 것이기에 막이 내리면 그 무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새해엔 부모로서의 용기에 대해서, 아내의 용기에 대해서, 가족간의 용기에 대해서, 이웃과의 용기에 대해서, 사회와의 용기에 대해서, 화장실문화를 가꾸는 용기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실천하고 싶다. 비겁하지도 만용을 부리지도 않는 가슴의 덕이 묻어나는 아주 작은 용기부터 낼 수 있도록 단단히 무장해야겠다. 용기가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고. 우리사회 곳곳에서 아주 작은 용기부터 큰 용기를 가진 많은 이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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