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행복해야할 여름방학
맞벌이가정 돌봄공백 전전긍긍
안심하고 맡길 돌봄·교육 기대

▲ 강혜경 경성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여름방학이 전국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은 물장구치기와 수박화채, 동네아이들과 한바탕 돌아다니며 놀았던, 신나는 추억 하나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 방학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부모들은 정작 돌봄 공백의 어려운 상황에 전전긍긍하게 된다. 사교육비를 써가며 부모의 귀가시간까지 아이들은 학원을 뺑뺑 돌아야 하고, 부모들은 안전사고와 식사 문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방학이 자연을 탐색하고 신나는 신체활동과 사회성 발달의 계기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필자의 육아경험을 돌이켜봐도 그런 어려운 시간이 있었다. 쌍둥이 두 딸이 초등학생이고 대학부설 연구소에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정작 아이들은 방학을 해서 신나는데, 원거리를 출퇴근해야 하는 필자는 아이들 점심 밥 먹이는 문제가 난감하기만 했다. 평소보다 학원을 한두군데 더 보내고 퇴근 전까지 딸들이 잠시 집에서 지내는 건 가능한데, 매일 먹어야 하는 점심이 문제였다. 임시방편으로 집 근처의 분식집과 고기 집을 찾아가 아이들의 점심을 부탁했다. 평일에 애들이 두 곳에 가서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오면, 주말에 결제를 했다.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이 불편하고 어색하다는 애기를 했다. 집에서 챙겨먹도록 일회용 패스트푸드와 반 조리 음식을 준비해 주었다. 큰딸이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고, 결국 허리 아픈 친정어머니가 오셨다. 그리고는 일하는 딸을 대신해 남은 방학기간에 손녀딸들의 점심을 챙겨주셨다.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방학기간 돌봄 교실 운영시간을 늘려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돌봄 교실이 일부 학교는 교내 공사로 운영하지 못하거나 교사수급 등의 문제로 오전만 운영하기 때문이다.

한편 여름철 식중독 발생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도시락을 싸오게 하는 학교도 있다. 2004년 도입돼 방과 후부터 맞벌이 부모의 귀가 시간까지 자녀 돌봄 및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등 돌봄 교실은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정작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 방학에 이런저런 이유로 정상 운영되지 못해 돌봄 공백을 호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돌봄 문제는 더 어린 영유아기에, 아니 결혼과 함께 고민이 시작된다. 정작 엄마, 아빠가 되어서는 안전하고 믿을만한 보육환경 부재를 절감하게 된다. 실제 초등에 비해 영유아 대상의 보육문제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OECD 평균 유치원 교사 대 아동의 비율은 약 1대13인 반면에 우리나라 유치원 교사 대 아동의 비율은 1대26 정도라고 한다. 어린이집 교사 1인당 아동 비율도 연령별 차이는 있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돌봄의 공백뿐만 아니라 위생과 안전사고가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젊은 세대, 특히 여성들은 엄마가 되기를 포기하거나 경력단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영유아기 교육은 초·중·고 교육처럼 한자리에 앉아 교과서를 가지고 가르치는 시스템이 아닌 활동중심, 놀이중심, 경험중심을 지향해야 한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영유아들을 혼자 돌보며 교육해야 하는 교사들은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유치원·보육 교사들의 직무 스트레스는 심각할 수준이며, 아이들도 적절한 돌봄으로 따뜻하고 행복한 성장경험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총체적 난국이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10월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공립 유치원을 확충하고 유치원 교사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 정부와 시·도 교육감들의 공약과 달리 2019학년도 공립유치원 교사 임용 사전 예고인원이 크게 줄어들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연일 공립유치원 확충 및 유치원 교사 증원과 관련된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부모들은 무엇보다 영유아기 아동 삶의 질과 인권에 기반을 둔 질적인 돌봄과 교육,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교육 현장을 염원하고 있다. 그동안 울산은 교육수장에 대한 신뢰성과 교육정책에 대한 부재의 문제로 힘들었다. 새롭게 선출된 울산 교육감에 대한 기대가 크다. 양육을 잘 할 수 있는 환경, 아이들이 행복한 울산교육을 꿈꾸어 본다.

강혜경 경성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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