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도 색깔이 있어 이를 음색이라 하고 속도와 리듬 그리고 강약 등이 어우러져서 듣는 이에게 즐거움(音樂)을 선사한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소리도 마찬가지다. 자연의 소리는 모두 득음(得音)의 소리다. 득음이란 음악적 역량이 절대적인 경지에 오른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명창들의 득음을 향한 과정은 실로 험난하고 눈물겹다.

지금 장마가 스치고 지나간 계곡마다에는 득음한 자연의 소리로 가득하다. 늘어난 수량 덕분이다. 정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디딜 때 마다 유속은 점점 빨라져 득음한 자연의 소리는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를 거쳐 휘모리로 숨가쁘게 달려간다. 깊게 패인 소(沼)라도 만날 지라면 득음한 자연의 소리는 어느새 웅장하고 호탕한 진양조로 변한다. 물소리도 멎고 계곡을 지나온 습기 잃은 바람이 산정을 지날 무렵 멀리서 들려오는 멧비둘기 울음소리는 영락없는 계면조다. 계면이라는 것은 듣는 이가 눈물을 흘려 그 눈물이 얼굴에 금을 긋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듯 소리는 감정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감정을 조절하기도 한다.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는 힘들고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부작용 없는 명약이다. 이들이 발산하는 파동에너지가 표면의 가죽을 뚫고 심금(心琴)의 현(絃)과 공명을 일으키는 순간 이미 분비된 온갖 부정적 화학물질은 중화되기 시작한다. 고통과 번민은 사라지고 상처 받은 심신은 회복되어간다. 이것이 음악치료의 원리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음악이 육체와 정신의 고통을 치료한다고 믿었다. 현대의 음악요법은 20세기 초 미국이 발상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의 충격(외상 후 증후군)으로 괴로워하는 참전용사를 치료하기 위해서 음악적 중재가 사용되었는데 이때부터 음악치료가 현대적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음악은 가사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무방하다. 문화적 체험과 개인의 정서에 따라 내가 듣고 싶은 곡을 들으면 된다. 클래식, 가요. 가곡은 물론 판소리 우리가락도 좋다. 직접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 조상은 삶의 어려움을 소리로 달랬다. 특히 득음한 자연의 소리는 가장 쉽게 흡수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네겐 트로피’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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