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끝) 제2호 국가정원 도전, 울산 태화강만의 색깔 입혀야

▲ 국가정원 지정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난 4월 울산에서 열렸던 태화강 정원 박람회 전경. 경상일보 자료사진

시민 요구 파악…운영방안 마련
산림청, 침수대책 보완등 요구
연말께 제2호 국가정원 판가름

태화강은 울산이 가진 보물 중 하나다. 과거에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이 각종 오·페수를 흘려보내는 통로였다면 지금은 시민들이 쉬고 운동하며 웃고 즐길 수 있는 힐링의 장소가 됐다. 생물 다양성을 간직한 제2호 국가정원으로서 관광객들로 붐빌 미래의 모습도 기대되고 있다.

제1호 순천만 국가정원과는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정치적 관점 보다는 시민들의 ‘니즈’(needs)를 정확히 파악해 향후 운영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생태관광의 핵심으로도 손색이 없을 태화강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전문가들로부터 들어본다.
 

▲ 시드니 로얄 보타닉가든

◇올 연말께 국가정원 지정 판가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제2호 국가정원 태화강의 지정 여부가 당초 오는 8월 이전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올 연말까지로 다소 시기가 늦춰졌다. 산림청이 국가정원 지정 당위성에 대한 추가 자료, 입장료 징수 계획, 풍수해에 대비한 침수대책 등 보완자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지방정원 지정 후 3년이 지나야 국가정원 지정 신청이 가능하도록 한 국가정원 지정 관련 개정법이 아직 국회에 계류중이어서 적어도 연말까지는 태화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 차별화된 정원을 꾸민 순천만 국가정원

울산시는 앞서 지난 5월 중·남구 태화강변 85만여㎡를 국가정원으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산림청에 제출했다.

내년도 정부예산을 조율하는 기획재정부 심의에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400억원) 사업비 40억원이 반영돼 지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다양한 생물이 자라는 멜버른 로얄 보타닉가든

국가정원 태화강을 위한 국내·외 전문가 제언
“자연보호…매력적인 디자인 필요”

호주 멜버른 로얄 보타닉가든 팀 엔트휘슬 대표는 국가정원으로 지정될 태화강의 나아갈 방향을 묻자 “자연을 보호하면서도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조경 디자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어떤 식물을 배치할지 선택하는게 중요하지만 결코 복잡해선 안되고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팀 엔트휘슬 로얄 보타닉가든 대표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나 외래종 번식 등에 대응할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원이라 하면 아무래도 인위적으로 가꾸는 개념이 강하다”며 “최대한 친환경 퇴비를 사용하되 불가피한 경우 오염물질이 강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추면 된다”고 말했다.

“순천만과 반드시 차별화·특색화”

국내 유일의 국가정원을 운영하고 있는 순천만관리센터 장영휴 소장은 “제2호 국가정원 지정에 도전하는 태화강은 제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과는 다른, 분명한 차별화, 특색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태화강변을 끼고 있는 특색을 최대한 살려 하천변 정원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태화강의 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으면 된다”고 제언했다.

▲ 장영휴 순천만관리센터 소장

다만 “나무를 심고 풀을 가꾸는 정원이라는 특성상 1~2년 이내 등 단기간에 완벽한 정원의 모습을 갖추긴 어렵다”며 “(나무 생육 기간 등을 고려해) 적어도 10년 이상은 지나야 정원의 기반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장기 목표를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셜 분석…시민 요구 파악해야”

본보 취재진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울산 태화강과 떼까마귀 군무, 십리대숲 등의 사진을 보여주자 시드니 올림픽파크 크레이그 바글리 자산관리 디렉터는 “굉장하다(great)”는 말을 연발했다. 아직 국내외로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라는 취재진의 설명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며 “직접 보진 못했지만 유명 관광지가 될 무한한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크레이그 바글리 시드니 올림픽파크 자산관리 디렉터

그는 태화강 국가정원의 성공을 위해 “지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이들을 위한 각종 놀거리를 갖춘 대규모 공원을 원하는 여론에 따라 시드니 올림픽공원을 조성해 주민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고 있는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소셜미디어를 분석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빛축제등 비수기 경쟁력 높여야”

세계 최대 빛 축제로 꼽히는 비비드 시드니를 지난 2009년 1회 때부터 총책임지고 있고 호주 비비드 시드니 안소니 바스틱 큐레이터는 태화강 정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취재진에 “조명(빛)은 말이 필요 없는 축제다. 어디에서든 잘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빛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빛 축제의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고 강조했다.

▲ 안소니 바스틱 비비드 시드니 큐레이터

안소니 바스틱 큐레이터는 로얄 보타닉가든을 포함해 시드니의 관광 비수기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한 빛 축제가 실제 관광객 유입 효과를 거두는 것처럼 울산 태화강 역시 지역 특색을 살린 빛 축제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면 관광지로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글=이왕수기자/사진·편집=전상헌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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