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에 친숙함 보이는 동남아
끼와 흥 나눈 감동의 한마당 연출

▲ 이영미 울산청년예술가

최근 발리에서 열린 발리 아트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혹자는 여름휴가를 일찍 다녀온 것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그 곳 무대에 내드름연희단 동료들과 같이 관람객이 아닌 출연진으로 다녀온 것이다. 공연 도중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학생 관객들이 많았는데, 그 비결을 물으니 발리에는 한국학교가 있고, K-팝에 관심이 많아 공부를 하다보니 그런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 내드름의 공연내용 중 상모를 돌리는 판굿이 있는걸 이미 알고 있어 또한번 놀랐다. 마지막 순서인 대동놀이에서 그들이 우리와 하나되어 춤을 출 땐 주체하지 못할 감정이 솟구치기도 했다. 그들의 표정은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 찼다. 우리 음악의 흥과 신명으로 외국인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에 단원 모두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3일간의 발리 일정을 마친 뒤 우리는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열리는 ‘Rainforest World Music Festival’(2018 RWMF) 현장으로 향했고, 바로 다음날부터 리허설에 들어갔다. 메인 스테이지인 정글 스테이지(Jungle Stage)에 올라 실제와 같은 공연을 펼쳤는데, 넓은 무대만큼 바로 앞 관객이 머물게 될 광장의 규모 또한 대단했다.

이 광장이 얼마나 채워질 수 지 호기심과 기대감 때문에 오히려 긴장이 되기도 했다. 그 날 저녁에는 아티스트들을 위한 웰컴디너행사가 열렸다. 축제 속 또다른 축제와도 같았던 디너행사에서 전 단원들은 한껏 흥이 올라 사라왁주의 민속춤을 배우며 전 세계에서 건너 온 아티스트들과 오랜 친구처럼 어울렸다. 국적, 나이, 성별은 다르지만 그 곳에 있던 모두가 아티스트여서 그랬는지 짧은 시간만으로도 서로의 경계심을 허물고 끼와 흥으로 뭉칠 수 있었다.

정식 공연은 그 다음날 저녁에 시작됐다. 우리 내드름은 쿠칭 사라왁주 민속예술단의 공연에 이어 2018 RWMF의 개막을 알리는 축하무대를 장식했다. 지신밟기, 청신, 선반설장구, 판굿으로 진행된 공연은 낯선 외국인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겠지만 축제를 즐기기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 관객들은 반응이 확실하게 남달랐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명과 복을 빌어주고 행복을 기원하는 예술 행위는 의미가 통하는 것 같았다. 신명나는 공연에 이어 우리의 몸짓에 담긴 의미와 악기를 소개한 뒤 또다시 대동놀이에 해당하는 마무리 무대까지 달리고나니, 단원들 모두는 한마디로 녹초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내드름의 출연 순서를 메인 무대의 첫 순서로 잡아 준 축제 디렉터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드름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특색의 의미를 미리 이해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그 날 공연을 본 입장객은 무려 6000명이나 됐다. 그들 앞에서 한국와 울산, 우리의 전통연희를 보여주고 알리는데 혼신을 다했다. 수천명의 관객들과 후렴구절을 주고받았던 그 순간을 떠올릴 때면 아직도 짜릿한 전율이 내 몸을 흐르는 것 같다.

매일 공연 이후 3일 동안은 총 6회의 미니세션이 있었는데 여러 아티스트들이 참가해 본인이 들고 온 악기를 설명하고 다함께 합주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어성범(태평소), 서희진(꽹과리, 북), 이지훈(장구), 정의효(북, 소고) 단원이 우리의 악기 소리와 연주법을 세계에 알렸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태평소 소리가 워낙 커서 다른 악기 소리를 모두 집어삼키며 좌중을 압도했다는 것이다. 인도의 따블라, 말레이시아의 뱀부, 러시아 소수민족의 풀피리 등 같은 듯 다른 모습의 악기정보를 공유하며 서로의 음악문화에 알아보는 값진 체험이었다.

귀국후 되돌아보니 한국전통예술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욕망과 사명감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울산은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과 에이팜이라는 국제행사를 치르고있어 매우 유리한 조건에서 해외진출을 꿈꿀 수 있다. 이러한 축제와 행사를 통해 더욱 많은 단체와 작품들이 발굴되면 좋겠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울산문화재단 등의 지원사업을 잘 활용해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는 울산청년예술가들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

이영미 울산청년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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