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봉희 울산환경사랑운동본부 회장

민선7기에 들어서면서 태화강에 대한 인식이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송철호 시장직 인수위 시민소통위원회가 지난달 업무를 마무리하면서 내놓은 보고서에는 영남알프스케이블카 설치, 태화강 짚라인, 제트보트 운영, 태화강국가정원 추진 등에 대한 관광활성화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됐다. 송철호 시장은 취임사에서 태화강 생태관광에 대한 이전의 패러다임 전환을 언급했다. 지난 20여년간 태화강 생태 개선을 위해 발벗고 나선 환경운동가로서 이러한 결정은 정말 올바른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 동안 태화강을 죽음의 강에서 세계적으로 손색없는 지금의 생태하천으로 바뀌게 될 때까지의 행정력과 시민단체와의 성공적 거버넌스 사례는 울산만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1급수 수질로 개선된 태화강에 철새 도래지와 십리대숲, 3만여평의 초화단지,도심하천에 수달과 연어 황어의 회귀는 생태하천의 보고이며 세계적인 환경도시의 상징과도 같다. 하지만 생태하천 태화강에 계획된 잇단 관광사업들은 관광활성화라는 명목 하에 제대로된 검토나 의견수렴없이 추진돼 온 게 사실이다. 제트보트의 시범운행, 운행 탑승자의 90%가 긍정적이라고 발표한 언론 보도는 환경인으로서 섭섭함과 많은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태화강이 어떻게 지금의 생태하천으로 바뀔 수 있었는지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태화강을 거슬러 오르는 제트보트의 화려한 질주와 남산에서 태화강으로 이어지는 짜릿한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집라인은 언뜻 태화강의 새로운 즐길거리로 전국적인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태화강의 모습에서 제트보트와 짚라인은 낯선 풍경일수밖에 없다. 제트보트의 굉음과 세찬 물살에 생태하천을 보금자리삼아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들이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또한 깎아지른 절벽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남산에서 태화강으로 이어지는 인위적인 와이어와 휴양지에서나 볼 수 있는 스릴의 즐거움은 도무지 생태하천 태화강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들이다. 그 동안 얼마나 힘들게 공들여 가꿔온 생태하천인데 그냥 자연그대로 아름다움을 보면서 즐기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태화강은 우리가 미래 세대에 물려주는 자랑스러운 유산이어야 한다.

행여나 그것이 아쉽다면 태화강 주변 산책부지를 활용하여 문화예술인과의 교류의 장으로 확대하여 상설 힐링의 장소로 활용하자. 즐길 거리가 필요한데는 백번 천번 공감하고 태화강의 변신에 마음을 같이 하지만 지나침은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는 ‘과유불급’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 동안 태화강은 생태하천으로 변모하면서 다양한 행사와 홍보활동으로 태화강의 가치와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생태문화도시 울산, 활력이 넘치는 울산이라는 새로운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는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했다고 본다.

전국 20개 생태관광지역의 하나로 자리 잡은 태화강은 울산관광의 새로운 변화 거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생태관광 인프라 확충, 방문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개발, 지속적인 생태환경 유지를 위해 태화강을 중심으로 울산의 관광루트를 새롭게 만들어 체류형 관광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생태관광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태화강의 본질을 훼손하는 인위적인 변화를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태화강은 1급수 수질로 개선된 이후 꾸준히 깨끗한 수질관리가 유지되고 있다. 더 이상의 개발보다는 현재의 수질을 잘 관리하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울산의 환경은 이제 대기질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매년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와 악취 문제 등은 막대한 투자에 비해 개선효과가 크지 않은 실정이다. 미세먼지는 계절에 관계없이 건조한 기후와 자동차 배기가스 등의 원인이 함께 작용하면서 건강을 위협하고 있고, 대기 중에 배출된 악취 원인물질이 또 다른 물질과 결합해 복합악취물질을 생성해 정확한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태화강에서 시작한 울산의 생태환경, 이제는 맘껏 숨 쉬며 생활할 수 있는 대기질 개선으로 옮겨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태화강을 자연 그대로 동식물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면서 생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게 우선이 돼야 한다.

한봉희 울산환경사랑운동본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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