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설익고 색상 변화 잇따라

수확차질에 상품성 저하 우려

오이·고추등 채소도 시들시들

국도변 가로수도 고사 조짐

가지치기에 긴급 급수작업

▲ 폭염과 여름 가뭄이 겹치면서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가로수의 고사가 우려되는 가운데 5일 울주군 언양읍 반구대로에서 용역업체가 급수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발효된 폭염특보가 역대 최장인 26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여름 가뭄까지 이어지면서 지역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가로수마저도 고사 위기를 맞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지만 뚜렷한 해결책 마련이 어려워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5일 울산 울주군과 울산원예농협 등에 따르면, 군의 주력 생산품목인 배 농가의 폭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기온이 높고 햇볕이 강해 증산작용이 활발, 잎을 통한 수분 배출이 심해지면서 양분 부족으로 배가 제대로 자라지 않고 설익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봉지를 씌우지 않은 배는 햇빛의 접촉면만 붉은색을 띨 정도로 색상이 변해 상품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울산원협 관계자는 “현재 수준이면 전년대비 10% 정도 수확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라며 “이달 중순에서 하순까지 현 기상상태가 유지될 경우 적게는 30%, 많게는 전년대비 50% 가량 소득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밭농사 역시 피해가 우려된다. 깨나 양파 등 가뭄에 강한 작물은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지만 고추와 오이, 가지, 호박 등은 폭염 및 수분 부족으로 고사가 발생하고 있다. 잎이 말라 열매가 적게 열리고, 그나마도 제대로 자라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진다.

수도시설이 설치된 밭은 피해가 덜하지만 수원이 없는 곳은 작황 급감이 예상된다. 소규모 텃밭 수준의 농가가 많아 정확한 피해 산출도 어렵다.

울주군 청량면 율리에서 밭농사를 짓는 최모(48)씨는 “밭 인근에 작은 개울이 있는데 군이 장비를 동원해 하천 바닥을 파는 등 지원해 준다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폭염에 국도변 가로수도 고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군은 지속사업으로 국도 24호선과 35선 등에 가로수를 심고 있는데 올해 심은 가로수의 경우 완전히 뿌리를 내리기 전에 폭염이 닥쳐 고사가 우려된다. 군은 지나친 증산작용을 막기 위해 가지치기를 실시하고 관리업체를 통해 급수를 실시하는 등 긴급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과수 및 밭농사와 달린 논농사는 큰 차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뭄 상습 피해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양수 공급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됐고, 이른 봄부터 꾸준히 비가 내려 관내 저수지의 저수율은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언양읍 신흥마을 외골저수지를 대상으로 언양천 용수공급 공사를 완료하는 등 논농사는 문제가 없다.

울주군 관계자는 “당분간 비 소식이 없고 폭염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달 중순께까지 현 상태가 이어질 경우 각종 분야의 피해가 급격히 커질 수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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