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박물관팀 편찬
‘디지털 울산 문화대전’ 중
신미화 도동산방 원장 참여
지역 옛음식 8개 연구·복원

▲ 신미화 도동산방 원장이 재연해 낸 전복배쌈.

‘고래고기’ ‘미역국’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털게 수제비’ ‘황어쑥국’ ‘느(누)름떡’도 있었다! 예로부터 울산을 알려 온 울산만의 옛 음식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오랜 기간 전통요리를 연구해 온 신미화(사진) 도동산방 원장이 사라져 가는 울산 향토음식을 조사하고, 기록하고, 복원해 관심을 끌고 있다. 신 원장은 최근 울산대학교박물관팀이 진행한 ‘디지털 울산 문화대전’ 편찬과정에서 향토음식부분 필자로 참여해 총 8가지 울산의 옛 음식을 연구하고 이를 자료로 만들었다. ‘디지털 울산 문화대전’은 울산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 정치·경제·사회 등의 관련 자료를 디지털화 해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누구든지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으로, 신 원장의 자료를 포함해 모든 기록은 올 연말 편찬작업이 완료되면 누구나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신 원장이 연구한 울산의 옛 음식은 언양한우불고기, 언양소머리국밥, 고래고기 등 이미 널리 알려진 음식도 있지만 털게수제비, 황어쑥국, 간국, 유지렁, 전복쌈 등 낯선 음식도 포함된다. 그는 울산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고령의 지역 어르신을 찾아가 수차례씩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던 음식들을 기록으로나마 남길 수 있게 했다.

느(누)름떡은 울산 사람들이 조청에 찍어 먹던 겨울 간식이다. 찹쌀가루에 물, 소금을 넣고 뜨거운 물로 반죽한 뒤 둥글게 뭉쳐서 솥뚜껑에 놓고 꾹꾹 눌러가며 얇게 구워 만든다. 노릇노릇하게 구워 보관했다가 떡국에 넣어 먹기도 했다. 지금도 언양장에는 이 떡을 구워 파는 곳이 있다.

▲ 신미화(사진) 도동산방 원장

다슬기도 훌륭한 식재료였다. 1960년대만해도 태화강 상류인 범서천에 다슬기가 많이 잡혔다. 다슬기에 찹쌀가루와 들깨, 부추를 넣어 다슬기탕으로 주로 해먹었는데, 범서일대에 다슬기탕을 전문으로 만드는 음식점이 오랫동안 운영되던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만큼 다슬기가 나오지않아 외지에서 다슬기를 공급받고 있다.

쑥이 많이 나는 봄철에는 태화강을 따라 올라오는 황어를 잡아 어린 쑥과 함께 황어쑥국을 끓여 먹었다. 지금도 3~4월이 되면 황어떼가 태화강을 따라 올라오지만 어류 보호 차원에서 잡는 것이 금지되어 아쉽게도 옛 맛을 찾을 수 없다.

봄철 별미로 황어쑥국이 있다면 가을철 별미로는 털게수제비가 있었다. 특히 범서천 주변에서 가을에 털게가 많이 잡혔는데 이를 잡아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다. 냇가에서 털게를 잡아 절구에 넣어 껍질이 씹히지 않을 정도로 곱게 찧으면 점성이 생기는데 이 때 밀가루를 넣고 반죽하여 수제비를 떠서 먹었다. 아쉽게도 생명의 강 태화강으로 연어와 황어는 돌아왔지만, 털게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울산하면 전복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규합총서에 따르면 울산의 전복이 으뜸이라 했다. 당시에는 냉장시설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기에, 손바닥만한 크기의 전복을 말려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술안주로 전복쌈을 대접했다. 꾸덕하게 마른 전복을 물에 불려 젖은 헝겊에 싸서 눅눅하게 만든 다음 종이같이 얇게 포를 떠서 잣과 꿀을 넣고 송편처럼 반달모양의 쌈을 쌌다고 한다. 신 원장은 최근 구전음식 전복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색다르게 먹는 방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예전처럼 큰 사이즈의 전복을 구하기 어려워 아무래도 쌈의 형태로 자주 먹기는 힘들다. 전복포와 얇게 썰은 울산배를 번갈아 접시에 두르고 가운데 잣과 꿀을 버무려 놓고 먹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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