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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교단일기
[교단일기]우동 한 그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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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7  21: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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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란 삼산초등학교 교사

“요즘 날씨가 참 덥죠?”라고 표현하기에는 그 말이 너무나 가볍게 느껴지는, 전설 속에 나오는 용광로 괴물이 끊임없이 지구라는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서 식을 새도 없이 계속 달구고 있다는 그런 희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날씨이다. 퇴근 후에도 식지 않는 열기로 바깥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찾게 되었다. 참으로 오랜만의 도서관 방문이었다. 도서관 내부 시설들이 첨단화되고 디지털화되어 있어서 대출이며 반납, 청구기호 검색 및 출력까지 정말 신천지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잘 갖추어져 있었다. 어떤 책을 읽을까 하는데 마침 출출하니 배도 고프고 오랜 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같이 내 눈에 들어오는 제목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이었다. 오래 전에 읽었는데 다시 보니 무척 반가웠다.

섣달 그믐날(12월31일) 북해정이라는 우동집에 허름한 차림의 부인이 두 아들과 같이 와서 우동 1인분만을 시키자 가게 주인이 이들 모자 몰래 1.5인분을 담아주는 따뜻한 배려를 품은 이야기다. 빈곤한 가정형편으로 넉넉하게 먹이지 못하는 어머니의 안타까운 마음과 이를 알고 떼쓰지 않는 기특한 아이들. 이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마음 상하지 않게 도우려는 가게 주인 내외의 마음이 이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소름 돋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온 몸이 떨려오고 눈앞이 아득해지는 느낌이었다. 요즘처럼 연속적인 폭염경보가 계속되고, 많은 사람들이 무더위에 지쳐 ‘배려’라는 단어조차 잊기 쉬운 이 때, 갑작스럽게 좋은 사람들과 우동 한 그릇이 먹고 싶어진다. 우동을 먹으면 왠지 배려하는 마음이 생길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혹시 실제로 이런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이 책을 읽은 날도 우리 가족은 집 근처 식당에서 우동을 한 그릇씩 시켜 먹었다. 섣달 그믐날도 아니고 북해정도 아니지만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먹는 따끈한 우동 한 그릇은 참으로 맛있었다. 하루 종일 냉방에 지친 몸과 마음이 스르르 풀어지는 것 같았다.

우리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데는 많은 돈과 값비싼 재물이 소용되지는 않는 것 같다. 작지만 일상에서 나눌 수 있는 소소한 마음들이 더욱 우리의 삶을 가치있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연일 불볕이다. 뉴스에서는 온열환자가 늘고, 사망하는 사람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서로 배려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 밭일을 하던 외국인 노동자가 출근 하루 만에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 폭염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에서 작업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된 이야기를 들을 때, 쪽방촌에서 에어컨도 없이 40도가 넘는 열기에 쓰러지는 독거노인들을 볼 때, 북해정의 우동처럼 그들에게도 더위를 식히고 폭염으로부터 지켜줄 시원한 얼음 한 조각이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았을까? 겨울에는 따뜻함을, 여름에는 시원함을 나누는 배려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래본다. 시간이 가면 이 맹렬한 불볕더위도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추위가 다시 올 것이다. 그 때를 위해 따뜻한 배려의 마음을 준비해 두자. 이번 여름에는 왠지 차가운 냉면보다 후후 불며 먹는 우동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오늘 저녁 우동 한 그릇 어떠세요?

이정란 삼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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