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영 울산지방경찰청 수사1계 경감

지난 7월24일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행사 문제 없나’ 제하의 기고문(오수진·전 한국총포협회중앙회 회장)이 경상일보에 게재됐다. 글의 요지는 최근 발표된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안과 관련해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리적,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우선 형사사법 서비스의 대상인 시민이 올바른 수사구조개혁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 논의에 동참해 주는 것 자체만으로 경찰관으로서 고마움을 느끼고 환영한다. 다만 그 주장을 살펴보면 형사사법체계나 수사 현실에 대한 편향된 시선 내지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어 현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자 몇가지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검사가 자신이 직접 수사하지 않았던 사건의 피의자를 기소하고, 단죄를 요구하는 것은 피의자의 인권보호와 법리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 수사를 지휘까지 하게 된다면 그 수사의 목표는 기소 내지 유죄판결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실체적 진실규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법상 허용되지 않는 플리바게닝(유죄 협상)을 시도하거나, 강압적 분위기 조성 또는 자백을 유도하는 등 인권침해(2016년 검사평가사례집·대한변호사협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참고로 영국과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국 어디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기소권을 가진 검사가 직접 수사까지 하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둘째, 경찰이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하고 종결할 수 있는 사법적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제기 부분이다. 이는 경찰수사 결과가 검찰 단계에서 상당수 변경되었다는 검찰 측의 일방적 주장을 전제로 했는데, 최근 3년간(2014~2016년) 통계를 분석해 보면 경찰이 송치한 전체 인원 중 실질적으로 검찰단계에서 의견이 변경된 인원은 1.91%(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이 불기소한 경우 1.7%, 경찰이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이 기소한 경우 0.21%)에 불과할 정도로 비중이 낮다. 이런 수치는 같은 기간 검사가 기소한 사건의 1심 형사재판 무죄율 5.8%보다 3분의 1 정도로 낮다.

셋째, 정부의 합의안대로 수사권이 조정되면 경찰의 인지수사로 인해 죄 없는 사람이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등 무고한 시민이 기소될 수 있다는 우려 부분이다. 경찰의 인지수사는 경찰이 마음대로 수사를 하거나, 아무 통제 없이 자유롭게 진행하는 수사가 아니다. 경찰의 전체 인지사건을 분석해 보면 현행 형사소송법상 수사단서(자수·변사·현행범 등)로 인해 반드시 수사를 개시해야 되는 경우가 32.6%, 국민의 요청(신고·진정 등)을 받아 개시하는 경우가 63.4%다. 즉, 경찰이 스스로 단서를 찾아 인지하는 경우는 4%에 불과하고, 이 경우에도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때 단계별 내부 결재를 거쳐야만 진행된다. 인지수사 일몰제 등 주기적 점검을 통해 적절한 통제되고 있다.

넷째, 경찰에서 조사 받은 사건을 검찰에서 중복 조사하는 것이 경찰수사의 내용이 미흡하고 허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부분이다. 이는 명확한 근거 없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찰에서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한 수사의 결과가 검찰단계에서도 98%가 그대로 인정되고 있다. 오히려 동일한 내용을 검찰에서 재차 이중조사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형사소송법에서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우월적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중조사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계산해 보면 연간 500억~1500억원에 이른다(이동희·최성락·수사구조개혁이 국민편익에 미칠 영향에 대한 법경제학적 연구)고 한다.

사실 이번 합의안으로 인해 경찰의 권한이 강화된다고 생각하는 주장은 경찰수사 절차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업무처리 절차상의 변화는 다소 있을지라도 기존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수사관이 부담해야 되기 때문에 오히려 걱정이 크다. 그럼에도 수사구조개혁은 반드시 필요한 숙제다. 이는 수사관 개인 또는 경찰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선진화된 형사사법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준영 울산지방경찰청 수사1계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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