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위대한 잉카의 숨결속으로-페루

▲ 와카치나 사막

15세기 잉카제국이 탄생한 곳으로
세계 최대의 열대우림 ‘아마존’부터
지상 최대 미스터리 ‘나스카 라인’
신비한 오아시스 마을 ‘와카치나’
세계 7대 불가사의 ‘마추픽추’
원시초원과 만년설 ‘안데스 고원’등
오랜시간이 영글어진 모습들

남아메리카 태평양 연안, 페루는 15세기 잉카제국이 탄생한 곳이다. 1532년 에스파냐(스페인)에 정복되었다가 1824년 완전히 독립되었다. 이 곳 페루는 다인종 국가로 고대 잉카 문명의 꽃을 피웠던 인디오가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 되지만 정치 경제의 실제 권력은 인구의 12%에 불과한 백인이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문화의 공존, 바다와 사막, 숲과 산맥, 고원까지 모두 볼 수 있는 풍광과 청정한 공기는 여행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페루 여행의 시작은 아마존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넓은 열대 우림 지역인 아마존은 페루와도 닿아있다. 아마존으로 가기 위해 육지 안의 섬 이키토스로 향했다.

아마존 강과 나나이강, 이탸야강이 합쳐지는 곳에 위치한 이 곳은 육로로는 갈 수 없다. 배를 타거나 비행기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한때 아마존의 풍부한 천연고무를 채집하던 곳이자 수출입업무를 담당하던 곳이었으나, 이제는 영화촬영지와 관광지로 더 유명한 곳이다. 한 때의 부귀영화는 스치듯 지나가고 흔적만 겨우 남아있다.

▲ 마추픽추

아마존을 흐르는 강은 생명을 품고 오랜 시간을 흘러왔다. 그 시간으로 자연은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아마존에서는 흥미롭지만 복잡한 심정이 드는 광경을 바라보게 된다.

아마존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밀림을 동경하고 그 곳의 삶을 느껴보려 한다. 자연다큐 속의 아마존은 거의 대부분 그러하다. 서로에게 필요한 무엇인가를 주고 받는다.

 

그리하여 서로가 편안해지는 것이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부족의 춤사위를 감상했다.

그것은 고단한 그들의 삶을 영유하기 위한 몸짓일 뿐이었고 그것으로 우리는 우리의 삶과 같은 몸짓에 위안 받았다.

장엄한 아마존에서는 특별하지 않는 삶의 연속이다.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시간만이 거대하고 조용한 강물처럼 흐른다.

▲ 안데스 산맥

페루의 원주민들은 다양하고 세련된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이를 증명해 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바로 나스카 라인이다.

이는 땅 표면에 선명하게 새겨진 여러 개의 거대한 이미지들이다. 나스카 라인의 기원과 목적이 과연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상상력 넘치는 가설은 잔뜩 있으나, 이 신비한 그림의 진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야 볼 수 있다. 작은 경비행기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롤링(Rolling·지면을 보여주기 위해 좌우로 비행기를 선회 하는것)으로 멀미가 시작될 때 쯤 기장의 목소리 너머 나스카 라인이 보이기 시작한다.

▲ 나스카 라인

희미해져가는 그 선을 고대의 누군가가 하나하나 그었다고 생각하면 다시 한 번 시간의 의미가 떠올려진다. 어느 문명, 어떤 누군가의 필생의 역작이 아니었겠는가.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그 다음은 젊은이들이 열정을 쏟아내는 곳, 와카치나 사막으로 향한다. ‘오아시스로 인해 아름다운 사막’은 와카치나에 와서 바뀐다.

‘사막으로 인해 아름다운 오아시스’. 와카치나는 거대한 모래 언덕에 둘러싸인 오아시스 마을이다. 페루의 50솔 지폐 뒷장의 그림이 바로 와카치나의 초록색 호수다. 사진을 찍는 일 외에 몸으로 하는 모험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지만 모래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샌딩보드의 경험은 아주 새로웠다.

 

쿠스코는 ‘배꼽’ ‘중앙’이란 뜻이다. 해발 3400m의 안데스 산맥 분지에 있으며 26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도시이다. 잉카인들이 쿠스코가 세계의 중앙에 있다고 믿어 이곳을 수도로 정하며 쿠스코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 타퀼레섬의 뜨게질하는 남자..

낡은 골목과 건물들 사이로 오랜 문명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이곳을 기점으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 살리레나스, 모라이 등 많은 잉카 문명을 만날 수 있다.

마추픽추는 해발 2400m의 높은 바위산과 절벽, 밀림에 가려져 있었던 이유로 ‘태양의 도시’ ‘공중 도시’ ‘잃어버린 도시’ 등의 다양한 별칭을 갖게 됐다. 새벽녘, 해가 뜨기 전 구름이 걷히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마추픽추를 마주한 그 감동은 아무도 모른다.

 

예능프로그램인 ‘꽃보다 청춘’에서 출연자들이 그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렸던 건 거짓이 아니었다. 늙은 봉우리인 마추픽추와 젊은 봉우리라는 와이나픽추가 있다. 하루에 단 500명만 입장할 수 있는 와이나픽추에 올랐다.

경사는 80도에 육박하는 그 길을 10㎏에 가까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올라야 했다. 정신이 아득할 만큼 힘들었지만 책에서 보는 마추픽추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쿠스코에 비가 내렸다. 하늘과 가까워 구름이 곁에서 스쳐가며 안개비를 뿌리고 지나간다. 걸을 때 마다 숨이 차지만 한바탕 내린 비로 시원해진 도시는 느리게 걷기에 좋다. 길을 잃고 싶은 날이 있다.

쿠스쿠의 오래된 거리가 바로 그러했다. 그곳의 냄새와 색, 사람들이 좋아서 더욱 그러했다. 여행이 아름다운 것은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다시 있을지 모를 단 한 번의 시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안데스 고원을 지나 살리레나스로 간다. 푸른 초원과 안데스의 만년설이 이렇게 아름다운 색으로 펼쳐진다.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이어가고 풍경은 시간의 흐름으로 펼쳐진다. 소금밭은 아직 우기라 하얀 속살을 품고 있지 않지만 오랜 시간의 흐름은 잘 영글어간다.

 

시간을 경작하는 곳 모라이. 해발 3400m의 석회암 고지대에 위치한 농업 연구 유적지다. 농지가 부족한 고산 지대의 특성을 살려 원형 계단 구조로 조성됐다.

총 24층으로 전체 높이가 약 140m에 달한다. 계단마다 온도에 맞춰 각기 다른 농작물을 심었다고 전해진다. 지금 당장이라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이다.

쿠스코에서 버스를 타고 뿌노로 달렸다. 시리도록 푸른 티티카카 호수 속의 우로스섬과 타퀼레섬을 들렀다. 바다처럼 넒은 호수는 풍요로움을 담고 그들만의 삶도 담았다.

 

원색의 호수에 원색의 사람들이 산다. 떠다니는 갈대섬 우로스섬 사람들과 타퀼레섬 뜨게질하는 남자들의 일상은 시간이 흘러도 그들의 삶을 잃지 않고 드넓은 호수와 동화되어 이어지고 있었다.
 

▲ 안남용 사진가, 다큐멘터리작가

리마는 페루의 수도이면서 경제·문화의 중심지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유산을 간직한 도시로도 유명하다. 도시명은 ‘말하는 강’이란 뜻의 ‘리막’ 강에서 유래했다.

리마에 도착한 날은 때마침 밸런타인데이였다. 도심 곳곳에는 아름다운 연인들로 넘쳐났다. 이 곳 사랑의 언덕에는 연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사랑하는 이가 그리워 질 때쯤 페루 여행이 끝났다.

안남용 사진가, 다큐멘터리작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