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비전 2040’을 계획하며
빌바오의 구겐하임 사례 떠올려
강변미술관은 ‘가지않은 길’인가

▲ 이상현 울산발전연구원 전략기획실장

강남스타일과 말춤으로 유명한 싸이(Psy)의 노래 중에 박정현과 같이 부른 ‘어땠을까?’라는 노래가 있다. 사랑하는 연인이 어떤 시점에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 서로가 행복했을까? 라는 후회와 회한이 묻어있는 노래이지만 랩과 빠른 비트의 음악이다 보니 다소 젊은 층에 사랑받는 노래이다. 난데없이 싸이의 노랫가락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다보면 어느 시점에서 갈림길이 있고 그 갈림길에 고민하다 한 가지 선택을 하는데 한참 후에 그 시간을 되돌아보고 그 때 그 순간 다른 선택을 하면 ‘어땠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읽혀지는 시(詩)다. 한 사람이 가을날 숲 속을 걷다가 두 갈래 길을 마주치자 고민 끝에 사람이 적게 지나간 길을 택했고, 이 때문에 이후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단순히 어떤 길을 걸었다고 이야기하는 내용이 아니라 인생에서 선택의 중요성, 결코 그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다른 기회를 포기했던 일에 대한 회한에 관해 소박하지만 인상적으로 다루고 있는 명시이다

인생의 선택이나 국가나 도시의 선택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책 수립과 실천의 타이밍도 가지 않는 길이 ‘어땠을까?’의 범주라 본다. 최근 지역내 논란이 되고 있는 울산시립미술관의 계획과 추진이 오버랩된다. 지금부터 7년전인 2011년 3월에 ‘경상시론’을 통해 울산대 한삼건 교수가 미술관 부지를 태화강변에 두면 어떨까라는 주장을 한 것이 기억난다. 과연 그 때 태화강변에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였다면 어땠을까.

현재 북정공원 일대의 울산시립미술관이 당초 계획대로 중구 원도심의 접근성과 지역상권 활성화와 도시재생을 통해 관광산업으로 연계되길 희망한다. 하지만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자연풍광과 대숲이 있는 태화강변에서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한 그리고 국가정원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시립미술관은 부질없는 미련일까. 어느 선택이 더 울산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이미 기본계획 및 타당성 검토, 중앙투자심사 등 행정절차가 완료되고 시정조정위원회를 열어 결정한 사항을 현재로서 다시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있을 수 있다.

스페인 빌바오에는 유명한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다. 도심을 흐르는 네르비온 강의 풍경과 미술관이 너무나 조화롭게 어울리는 도시재생의 최고 사례이다. 대한민국에 ‘한강의 기적’, 울산의 ‘태화강의 기적’이 있었다면, 스페인 북부 빌바오에서는 ‘네르비온 강’의 기적이 있었다.

1970년 대 중반까지 빌바오는 스페인 최고 산업 중심지로 철강과 조선업을 주축으로 한 항구도시였다. 1980년 대 들어 산업 침체로 공장들이 연달아 문을 닫으면서 빌바오는 실업률이 25%에 이르는 공황상태가 되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울산의 조선업이 발달하면서 빌바오의 조선업이 큰 타격을 입었고,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의 불안은 도시의 생명마저 위협했다. 빌바오 시는 변화의 시급성을 깨닫고 메트로폴리탄 빌바오 계획, 일명 ‘리아2000’이라는 도시재생프로젝트를 추진했다. 1997년 개관한 구겐하임미술관은 빌바오 도시재생프로젝트의 결과물이고 오늘날 빌바오의 상징이다. 건축가 프랑크 게리(Frank Gehry)의 설계로 7년 만에 완공된 구겐하임미술관은 매년 백만명 이상의 전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명물이 되었다.

최근 울산의 조선업이 힘들면서 전반적인 지역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빌바오의 사례처럼 도시재생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시점인지 모른다. 울산발전연구원에서 ‘태화강 비전 2040’을 계획하고 있다. 그 계획의 핵심은 태화강의 수질을 개선하고 생태적으로 건전하게 하고자 하는 2005년의 ‘태화강 마스터플랜’과 다르다. 태화강을 중심으로한 새로운 울산발전의 동력을 얻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그런데 왜 자꾸 빌바오의 구게하임 미술관의 사례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이 역시 시론의 제목처럼 ‘가지 않은 길, 어땠을까?’가 아닐까.

이상현 울산발전연구원 전략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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