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이달 말부터 해양사업을 중단한다. 벌써부터 예고돼 있었던 일이지만 눈앞의 현실이 되고보니 새삼 충격이 크다. 어렵다고는 해도 ‘설마 현대중공업이…’라는 믿음이 없지 않았기에 눈앞에 닥친 해양사업 중단은 울산시민들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조선 뿐 아니라 해양·중전기·로봇 등 다양한 사업들로 그야말로 중공업을 두루 망라한 대기업이었던 현대중공업이 이제 조선부문만 남은 셈이다. 물론 해양사업은 폐업이 아니라 가동중단이기 때문에 수주가 발생하면 언제든 재개되겠지만 사실상 전성기 회복은 아득하다.

2000여명의 무더기 실직은 지역사회의 현실적 문제가 되고 있다. 회사측은 무급휴직을, 노조측은 유급휴가와 전환배치를 요구한다. 일거리가 없는데 고용을 이어가라는 것은 메아리 없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울산시는 해상풍력발전사업이 현대중공업 해양사업과 연계성이 있다고 보고 고용유지를 요청했지만 해상풍력사업의 가시화가 언제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므로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되긴 어렵다. 조선업이라도 활황이라면 전환배치를 통해 고용을 이어가는 것이 가능하겠으나 조선업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아쉽게도 정부가 조선업 지원을 위해 2018~19년까지 5조5000억원 규모의 공공선박을 발주하기로 했으나 현대중공업은 참여가 어렵다. 울산 상공계와 시의회 등 지역사회가 잇달아 공공선박 발주 제한 유예 요청을 하자 조달청은 이달 초 ‘불가’하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년 한국수력원자력 부장에게 뇌물을 주고 아랍에미리트 수출용 원자력 발전의 부품납품을 청탁한 혐의로 부정당업자로 등록돼 현행법상 지난해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공공발주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문제가 된 원전사업 부문은 지난해 4월 현대일렉트릭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낙인을 제거해줄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으나 조달청은 “법률로 규정돼 있는 사항이라 제재유예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원칙을 몰라서 유예요청을 했을까. 긍정적 해석이 불가능하지 않음에도 원론만 언급하는 정부의 꽉막힘이 답답하다. 현대중공업은 수만명 일자리 창출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근대화의 정신이자 대한민국 산업의 핵심 브랜드이다. 노사와 지역사회는 물론이고 정부도 현실을 직시하고 현대중공업과 우리 산업의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