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이후부터 결제 미루다

3개월간 90만원 어치 결제 않고

6월 말 이후부터 연락도 끊겨

영세식당 업주 속앓이 대책호소

울산에서 지역주택조합사업 업무를 대행하던 업무대행사 직원들이 영세식당에서 3개월간 90만원 어치의 식사를 한 뒤 결제를 하지 않고 잠적해 불황에 가뜩이나 힘겨운 서민을 울리고 있다.

남구 달동의 한식당 업주 임진식(71)씨는 요즘 식대장부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장사가 잘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1년 넘게 장부를 달고 식사를 하던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 직원들이 수십만원 어치의 식사비용을 결제하지 않은 채 연락이 두절됐기 때문이다. 이 식당은 임씨 부부와 종업원 1명 등 3명이 운영하며 하루 매출이 30만~50만원에 불과한 소규모 식당이다.

임씨에 따르면 업무대행사 A업체 직원들이 임씨의 식당에서 밥을 먹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초부터다. 남구 신정동 공업탑로터리 인근에 유명 건설사의 ‘E’ 브랜드라는 이름으로 추진한 지역주택조합사업 홍보관이 임씨의 식당 주변에 들어섰고, 그곳에 상주하던 직원 4~5명이 매월말 결제를 조건으로 식대장부를 두고 식사를 한 것이다.

임씨는 “작년 7월에 이 식당을 인수했는데 그 전 주인때부터 그렇게 먹어왔고 우리도 별 의심없이 계속 월결제 형태로 유지해왔다”며 “올해 3월까지는 꼬박꼬박 결제를 했으나 4월 이후 결제가 차일피일 미뤄졌고, 결국 6월말 이후에는 연락이 두절돼 90만원 가량이 미결제 상태로 남았다”고 말했다.

임씨는 수소문 끝에 이 업체의 분양 홍보관이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인근에 대형 오피스텔 건물 1층으로 옮겼다는 사실을 알았고, 지난달 초 그곳을 찾아가 업체의 또 다른 직원을 만났다. 해당 직원은 “본사를 통해 밀린 밥값을 결제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역시 결제는 이뤄지지 않았고, 사무실 철수와 함께 이 직원도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1일 오전에 찾아간 해당 업체 홍보관은 ‘8월1~8월5일 휴가’라는 안내문이 입구에 붙어있었고,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해당 건물 관리사무소 측은 “우리도 이달 초부터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관리비도 몇개월치 연체됐고, 전기요금도 납부를 안해 전기 공급이 끊긴 상태다”라고 말했다.

임씨는 “경찰서에 찾아가도 이 건은 금액이 소액이라 사기죄로 처벌하기가 어렵다고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남부서 관계자는 “처음부터 식대를 지불할 의사가 없었거나 속일 마음으로 식사를 한 경우에는 사기죄로 처벌이 되나 꾸준하게 식대를 지불해 오다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몇개월치 밀렸을 경우에는 사기죄로 처벌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고, 채권채무의 민사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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