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오디오의 두 얼굴

 

음향 잘 갖춰지면 좋지만
고급 장비 집착하기 보다
좋은 음반 들어야 효과적

“어떤 오디오 시스템인가요?”

음악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항상 세 가지 사항을 먼저 확인한다. 스케줄, 강의료, 그리고 강의실 장비 문제다. 앞의 두 가지는 모든 강사에게 공통된 것이지만, 강의실 장비 문제는 나 같은 음악 강사들에게만 특별히 민감한 문제다. 비디오 장비는 그럭저럭 참을만한데, 문제는 항상 오디오 장비가 너무나 열악하다는 데 있다.

아주 많은 공공기관이 일반 강의용 시스템이거나 혹은 야외행사용 오디오를 구비해놓고서 음악 강의를 의뢰한다. 물론 이런 장비로도 음악을 들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음악적 감동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런 음향으로는 베토벤 교향곡의 그 당당한 위세를,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의 그 섬세한 정취를, 베르디 오페라의 굴곡진 아리아의 맛을, 제대로 전달하기 힘들다. 그래서 내 스피커와 앰프를 낑낑거리며 차에 싣고 다녔다. 양심상 도저히 이 음악을 이런 스피커로 들려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다.

음질의 차이는 생각보다 아주 크다. 모르면 모르는 데로 살았겠지만, 한번 그 차이를 경험하면 금방 기준치가 높아진다. 그 맛을 본 수강생과 담당자들이 합심하여 오디오를 개선해나갔다.

무슨 특별한 명기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생활 오디오 수준의 앰프와 스피커를 원하는 것이라서 담당자들이 노력만하면 바꿀 수 있는 정도의 개선이었다. 물론 공공기관의 성격상 하루아침에 바꾸지는 못했지만 빠르면 4개월, 늦어도 일 년 이내에는 교체되었다. 아, 일 년이 넘어도 교체하지 않은 곳도 있긴 하다. 그런 곳은 대신 내가 강의를 그만두었다.

“어떤 오디오를 사용하십니까?”

▲ 조희창 음악평론가

직업이 음악평론가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무슨 오디오를 매칭 해놓았는지 묻는다. 나는 아주 단출하고 저렴한 빈티지 오디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 이름을 말하면 “에게…”하는 눈으로 본다. 좋은 음질에 탐닉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음악이 아니라 소리에만 매몰되어 있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앞서 말한 공공기관의 음향문제와는 정반대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문제인데, 이건 이것대로 씁쓸하다. 오디오는 분명히 음악을 잘 듣기 위한 도구이거늘, 음반은 별로 없고 비싼 오디오만 덩그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들에겐 오디오 이야기를 하지 않고 대신 연주자와 음반 얘기를 한다. 죽기 전에 들어야할 음악, 새겨야할 연주가 얼마나 많은데 음질 얘기만 한단 말인가. <이 한 장의 명반>이라는 책의 저자로 유명한 안동림 선생은 살아생전에 항상 오디오가 아니라 음악을 들어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네 이웃의 오디오’ 때문에 마음 싱숭생숭한 분들은 오디오 매장으로 달려가기 전에 안동림 선생의 책 서문만이라도 한 번 읽고 가시기 바란다. 그 서문의 주제는 이 한 문장이다.

“어떤 음악을 들으십니까?”조희창 음악평론가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